매일신문

[日常중국] 위조지폐가 사라졌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중국에 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요즘엔 놀람을 넘어 당황스러울 때가 많아졌다.

원래부터 중국에선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없는 곳이 많아 중국에 갈 때마다 위안화로 환전해서 '현금'을 갖고 다니는 일이 불편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모바일페이 결제가 일반화되면서 편리해진 반면, 난감한 경우를 당하게 된 것이다.

현금을 받지 않는 상점이 하나둘씩 생기더니 아예 모바일페이로만 결제하는 가게가 부쩍 늘어났다. 아예 현금을 받지 않다 보니 모바일페이에 익숙하지 않거나 '위챗페이'(微信支付)와 '알리페이'(支付寶) 같은 중국 모바일페이 앱을 설치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적잖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게 요즘 중국이다.

우리나라에선 신용카드보다 현금을 더 선호하는 곳이 많지만 중국에선 아예 현금을 받지 않는 곳이 많다 보니 음식을 주문할 때나 물건을 살 때 결제수단을 물어보는 것이 버릇처럼 되고 있다. 물론 필자는 오래전부터 '위챗'과 위챗페이를 사용하고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요즘 중국'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결제은행 계정 인증 문제로 페이 계정이 갑자기 정지됐고, 그걸 모른 채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다가 결제가 되지 않았다. 오전에도 결제했는데 점심 때에 정지되다니, 심각한 금융사고가 아닐 수 없었다. 그 식당은 신용카드와 현금으로는 결제할 수 없는 모바일페이 전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종업원의 모바일 계정으로 결제를 마치고 현금을 대신 주는 방식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치엔먼'(前門)이 있는 베이징 시내로 나갔다가 '루이싱'(瑞幸·Lukin coffee)이라는 커피 전문점에 들어갔다. 여기서도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등 두 가지 모바일페이로만 주문을 받았다. 결국 커피를 주문도 하지 못한 채 돌아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긴 거지들도 QR 코드를 걸어 놓고 구걸하는 곳이 중국이다. 이미 길거리 음식이나 과일을 파는 노점상들도 QR 코드로 결제한 지 오래다. 공항이나 기차역, 터미널 등의 공공장소에 설치된 음료 자판기나 짧은 시간 동안 안마를 받을 수 있는 자동안마기도 동전 투입구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QR 코드가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위챗페이 시스템은 소비자가 현금을 페이 연결계좌에 먼저 예치시켜 놓은 후, 상품을 소비할 때 결제하면 이를 판매자나 상점에 즉시 대금을 이체해 준다. 신용카드 결제의 경우, 밴회사와 카드사가 각각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떼어 수익을 확보하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계좌를 운용하고 있는 은행의 수익은 거의 확보할 수 없는 구조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은행의 눈치를 볼 필요도, 각자의 신용도를 고려할 필요 없이 즉시결제를 하는 것이다.

결국 해외 신용카드를 등록해서 충전할 수 있는 알리페이 계정을 새롭게 개설, '난관'을 돌파할 수 있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위조지폐가 사회문제화될 정도로 골칫거리였다. 100위안짜리 위안화를 받으면, 지폐에 인쇄된 마오쩌둥의 옷깃을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위폐' 여부를 감별하곤 했다. 은행에서도 '위폐감별기'를 통해 두세 번 검사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찾더라도 위폐 여부를 확인해야 할 정도로 위폐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했다.

모바일페이 결제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위조지폐가 거의 사라졌다.

위폐에 대한 공포감이 사라지면서, 중국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모바일페이를 사용해온 것처럼 생활화됐다. 중국의 모바일결제 이용률은 71.4%. 우리나라 26.1%의 2.7배에 이른다.(2019년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 자료)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69.0%로 우리나라 94.1%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는 모두 모바일페이 결제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내 위챗페이 계정은 8억 개(2019년). 사용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알리페이까지 감안하면 텐센트의 모바일메신저 위챗과 모바일결제 앱은 위폐까지 사라지게 하면서 중국인의 일상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중국은 없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