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적용되는 '민식이법'의 엇박자 시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느림보 예산 확보와 행정 절차 탓에 자칫 법만 있고 인프라는 없는 기형적 구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쿨존 내 안전시설 설치 의무화와 가해자에 대한 가중처벌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에 앞서 대구시는 모두 150억원을 예산으로 임시 편성했다. 국비 70억원, 시비 70억원, 교육부 예산 10억원 등이다. 지난해 스쿨존 개선사업 예산 20억원에 비하면 7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대구시는 이 예산으로 연내 스쿨존 신호기 167기, 과속단속카메라 98대 등을 설치해 스쿨존 개선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도 확보된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국비 70억원은 행정안전부가 2월 중에 집행할 것으로 예상할 뿐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시비 70억원은 향후 추가경정 예산안이 편성돼야 사용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건을 처리하는 일이 흔치 않아 다소 지체되고 있다. 그래도 조만간 사업시행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예산이 확보된다 해도 절차가 발목을 잡는다. 교통안전시설의 위치와 우선순위 등을 결정하는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절차가 남아 있어 교통안전시설들이 스쿨존에 설치되는 시기는 3월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경찰청이 운영하는 심의위는 교통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 민간인 25명과 경찰공무원 5명으로 구성되는데 월 1회 열린다. 설령 심의위가 서둘러 심의를 처리해도 날림식이 될 공산이 크다.
보통 한 번의 심사에 30~35건의 안건을 처리해온 심의위가 167건의 심의를 한 번에 처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교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과속단속카메라는 지자체가 임의대로 설치 가능하지만 신호기는 반드시 경찰 심의위를 거쳐야 한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심의건수·안건의 시급성을 고려해서 월 2회까지 개최 시기 및 횟수를 조절할 수 있다"면서도 "통상 과속카메라 하나 설치하는 데에는 6개월이 소요되고 신호기는 빠르면 1개월, 나무 등 이설이 필요한 경우 3개월 가까이 걸린다"고 했다.
이처럼 준비 기간 부족으로 신학기 개학 전까지 법률에 따른 안전시설들이 갖춰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부모들의 걱정도 적잖다.
문혜선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구지부 상담실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민식이법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면 행정절차나 예산 등의 문제는 진작에 처리했어야 한다"며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안전문제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민식이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스쿨존 내 안전시설 설치를 모두 마칠 의무는 없다"며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행안부의 사업사행계획이 확정되면 곧바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늦어도 연말까지는 모든 개선사업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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