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환 지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잠자고 일어나면 감염자와 확진자, 사망자 수가 늘고 있다. 3일 오후 6시 현재 중국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는 1만7천여 명, 사망자는 360여 명이며, 필리핀에서도 2일 1명이 숨졌다. 국내 확진자는 15명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지구촌을 강타하는 신종 감염병의 역사를 살펴 본다.

◆ 인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의 역사'라고 할 만큼 전염병은 인류 역사의 큰 공포였다.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인한 전염병은 인류 문명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인류는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집단공포 속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생존의 메커니즘을 배워야 했다.

▷흑사병=1347년, 이탈리아에서는 원인 모를 전염병이 발생했다. 온몸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증상에 따라 '흑사병'(Black Death)으로 불린 이 전염병은 이탈리아 전역을 초토화한 후 프랑스를 거쳐 영국과 북유럽으로 번져 나가더니 러시아까지 확산되었다. 흑사병은 몽골군이 퍼트렸다는 설이 있다. 몽골의 제후국인 킵차크한국은 1345년 동유럽 정벌에 나서 크림반도의 카파를 공격했다. 하지만 1년 동안 성은 끄떡없었고 몽골군에서 흑사병이 돌았다. 몽골군은 투석기로 죽은 시체를 성 안으로 던졌다. 성 안에 페스트가 퍼져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성에서 살아남은 이탈리아 상인들이 시칠리아로 돌아가면서 흑사병이 유럽 전역으로 번졌다. 당시 기록으로 보면 전 유럽 인구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인 2천500만~6천만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인구는 2세기가 지난 16세기가 돼서야 흑사병 창궐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흑사병은 지금도 중국과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네이멍구의 흑사병 환자 2명이 베이징에 나타나 방역 당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스페인 독감=1918~19년 미군의 병영에서 첫 발생했으며 병사들의 이동에 따라 세계로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그 시기에 전쟁 사망자(850만 명)보다 많은 5천만 명이 이 독감 바이러스로 사망했다. 미국의약협회 저널은 1918년 12월호에 "그해(1918년)는 인류사에 가장 잔인한 해"라고 기록했을 정도였다. 당시 우리나라에도 스페인 독감(무오년 독감)이 퍼져 인구 1천670만 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740만 명이 감염돼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미국에서 처음 인지한 질환을 스페인독감으로 표현한 이유는 1차대전 중이던 당시 각국이 전시 보도통제로 쉬쉬했다. 그러나 참전국이 아닌 스페인은 당시 전시 보도 통제를 하지 않아 스페인 언론에선 이 병에 관한 뉴스가 연일 중요 기사로 다뤄졌고 이 때문에 스페인 독감으로 불렸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 된 뒤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메리트(UAE) 등 중동지역에서 환자가 집중 발생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상륙해 전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시달리며 38명의 사망자를 냈다. 메르스 확산으로 초중고등 학생의 수확여행이 취소되기도 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2002년 중국 광둥성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호흡기 질환으로 30개 국에서 8천여 명 이상이 감염돼 770여 명이 사망했다. 주변국에 비해 한국인의 사스 감염 비율이 낮은 이유가 김치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중국에선 한때 김치 열풍이 일기도 했다.
◆"바이러스 확산 막는 길은 생활습관 바로 하는 것"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려진 바이러스는 5000종이 넘는다. 하지만 인류가 아직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바이러스를 감안하면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바이러스는 새로운 숙주에 기생하기 위해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치명적인 파괴력을 갖게 된다. 끊임없이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기존 백신을 무력화시킨다.
인류와 바이러스의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인류는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오랜 기간 백신 개발에 주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 이유는 같은 바이러스인데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면서 백신을 피하기 때문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 관계자는 바이러스 발생원인을 인간집단의 팽창, 자연서식지의 침범, 인간과 야생동물의 국간 이동과 뒤섞임, 자연 서식지와 생태계 교란, 가축과 야생동물의 동시사육, 야생동물 종 또는 야생병원체의 지역 간 이동, 기후변화, 광범한 항생제 사용 등을 꼽았다. 인간의 행동에 의해 초래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도 유일한 대응책은 '면역력 강화'와 '개인위생 관리'이라고 말할 뿐이다. 그러면서 바이러스인 감기에 무분별하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생충 박사 서민 교수(단국대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실)는 "사스, 메르스, 그리고 신종코로나 사태에서 보듯, 야생동물을 먹거나 사냥을 위해 접촉하는 행위는 인류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공격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박쥐를 먹고 고릴라나 원숭이를 먹는 이들이 문제란 얘기다.
서민 교수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길은 생활습관을 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예만 봐도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악수를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잘 지냈냐?'고 하거나 반갑게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민 교수는 끝으로 "메르스 사태가 들불처럼 확산된 이유는 가족들이 간병을 전담하는 시스템과, 아픈 사람을 찾아가서 위로해줘야 한다는 문병문화가 원인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서로 부대끼며 정을 나누는 문화가 아름다워 보이지만, 신종 바이러스의 시대에선 그런 행위가 적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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