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감독과 주연배우는 영화에 정치색은 전혀 없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정치색이 매우 짙은 영화다. '죽은 권력'은 물론 '살아 있는 권력'에도 비수(匕首)를 날리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1979년 중앙정보부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하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름이 바뀌었을 뿐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박정희 대통령, 차지철 경호실장,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등이 등장한다.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서" "난 군인이자 혁명가"란 대사를 쏟아내는 김재규는 나라 앞날을 고뇌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반면 박정희는 종신 집권에 집착한 졸렬한 인물로 묘사된다.
김재규는 5·16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영화에선 '혁명 동지' 박정희가 권력에 취해 망가지는 것에 실망해 거사를 하는 것으로 나온다. 대통령 암살의 당위성을 부각하려는 장치로 읽힌다. 영화를 본 대다수 사람은 '죽은 권력'인 박정희와 그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적 인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대사는 여성 로비스트가 내뱉은 "세상이 바뀌겠어? 이름만 바뀌지…"라는 것이다. 영화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통렬한 일침(一針)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청와대 감찰 무마 등 숱한 의혹에 휩싸인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는 박정희 시대의 청와대·중앙정보부와 다르지 않다. 같은 편끼리의 끈끈한 유대, 치밀한 공작(工作)의 수준, 후안무치에서는 훨씬 앞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고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 운영을 하는 문 정권과 "탱크로 밀어버리자"는 박 정권이 어떤 차이가 있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제2, 제3의 김재규, 차지철이 활개를 치고 있다. 후보 매수, 하명 수사 등 총체적 선거 부정과 우리 편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리 인사를 비호한 청와대에서 두 사람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남산의 부장들'은 서울 남산에 있었던 중앙정보부의 부장을 지칭한 은어였다. 후일 문 정권의 청와대 비서실을 다룬 영화를 만든다면 청와대 뒷산이 북악산인 만큼 '북악산의 비서들'이 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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