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현 논설실장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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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대구를 사랑하자!

    [기고] 대구를 사랑하자!

    대구를 사랑하자!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 소비심리 위축, 유통 마진 감소, 늘어나는 규제, 여야 간 정쟁 격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요즘 뉴스나 신문들을 읽을 때면, 자주 볼 수 있는 키워드들이다. 팔아야 하고 남겨야 하고 다시 구매해야 하는 상인들의 마음이 타들어갈 때가 하루에도 열두 번이다. 소비자들은 어떤가? 뛰는 장바구니 물가, 치솟는 외식 물가, 녹록지 않은 주머니 사정 등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킨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마트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대구 경제의 최일선이라고 불리는 골목상권에서 다양한 소비자들을 만나게 된다. 대구 경제의 '실핏줄'처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하루하루 격해 가는 거대 유통업계와 온라인 공룡 플랫폼과의 처절한 경쟁이 이제는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자주 듣게 된다. 몸부림치며 버티고 있지만 나날이 힘들어지는 유통업 환경에 지쳐 갈 때마다 고향 문경을 떠나 상주를 거쳐 청운의 꿈을 안고 대구에 왔던 시간들을 생각한다. 그렇다. 대구는 나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현장에서 흘린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았고, 노력이 만든 결실은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구는 어느새 나에게 진정한 고향이 되었다. 얼마 전, 여러모로 힘든 대내외적 환경에 정말 힘들고 지쳐 갈 때 우연히 노래 한 곡을 듣게 되었다. 노래 가사에 내가 성장했고 대구가 성장했던 과거의 시간들이 함축되어 있어서 그런지 빠른 템포의 노래지만 심금을 울렸던 노래 가사는 이랬다. "변해만 가는 세상살이가 때로는 힘이 들지만/ 세월 가도 변하지 않을 그 사랑 기다리면서/ 살짝쿵 살짝쿵 잊을 수 없는 그 맛…." 많은 것이 변했고 점점 더 빨라져만 가는 세월이 아쉬워 그런지 노래를 들을 때마다 바쁘게 살았던 시절 '누른 국수'나 '따로국밥' 한 그릇 후딱 먹고 일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소주 한 잔에 청춘을 위로하며 곁들인 '뭉티기'나 '막창구이'가 생각났다. 생각해 보니 대구가 경북의 한 도시에서 직할시가 되고 광역시가 된 후 대한민국 3대 도시로 성장하는 그 시간에 대구의 서민들과 노동자들이 즐긴 '대구 10미(味)'도 함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대구 10미를 소재로 노래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기뻤다. 또, 대구시 모 공무원의 열정으로 '대구의 맛'이라는 노래가 탄생하게 됐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무척 놀랐다. 그 열정 때문인지 몰라도 K-트로트 '대구의 맛'을 들을 때마다 대구에 대한 애향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래서 대구마트유통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있는 필자는 257개 회원사 대표들에게 대구에 대한 애향심 고취를 위해 마트 할인 행사와 연계한 '파워풀 대구 10味 데이' 개최를 제안하여 지난 8·15 광복절 기간 전후로 할인 행사를 진행한 바 있고, 얼마 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대구 10미를 노래한 K-트로트 대구의 맛을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캠페인을 벌여 추석 귀성객들과 마트 이용객들을 상대로 노래 홍보와 애향심 고취를 위해 노력한 바 있다. 어느 도시든 갈등이 없는 도시가 어디 있겠는가? 분명한 것은 도시는 애향심을 바탕으로 하나가 되어야만 번영과 발전을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부산 갈매기' 노래 하나로 부산이 하나가 되듯이, K-트로트 '대구의 맛'으로 대구를 하나 되게 하고 대구에 대한 애향심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3-10-23 11:30:00

  • [세풍] 이재명 대표 겨우 허들 하나 넘었을 뿐

    [세풍] 이재명 대표 겨우 허들 하나 넘었을 뿐

    이번 추석 연휴를 '만족'하면서 보낸 대표적 인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지 싶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으로 구치소가 아닌 병원에서 연휴를 보냈다.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로 흔들리던 대표 자리는 영장 기각으로 오히려 더 공고해졌다. 박광온 원내대표 등 비명계 인사들이 정리되고 그 자리를 친명계 인사들이 차지했다. 영장 기각 덕분에 이 대표가 얻은 결과물이 하나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차기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이 대표 구상에 더 힘이 실리게 된 것이 영장 기각의 가장 큰 소득이다. 이 대표가 연휴 기간 중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 회담을 제안한 것은 회담 실현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 대척점에 이재명이 있다는 것, 내년 총선은 '이재명 체제'로 치러진다는 것, 민주당 대선 주자는 이재명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내심 쾌재(快哉)를 부르는 이 대표와 환호작약(歡呼雀躍)하는 민주당에 재를 뿌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총선 승리→대권 도전'이란 이 대표의 복안(腹案)이 실현되기까지 이 대표가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는 사실이다. 영장 기각은 이 대표가 겨우 허들(hurdle) 하나를 넘었을 뿐이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가 구속 수사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을 뿐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거나 무죄를 받은 것은 아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고 해서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nonsense)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구속영장 기각 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난 경우가 허다하다. 죄가 있고 없고를 따지는 본안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야 진짜 무죄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으로 구속 기소된 인사가 24명에 달한다. 10여 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재판에서 하나로도 유죄를 받으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몇 번이나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해놓고 막판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했다. 단식이 방탄용이란 사실을 자인한 꼴이었다. 입으로는 사즉생(死卽生)을 외치면서 정작 이 대표는 생즉사(生卽死)의 언행을 자주 보여줬다. 신뢰라는 정치적 자산을 스스로 무너뜨린 이 대표 앞에 신뢰 회복이란 무거운 숙제가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 대표의 복안이 실현되기 어렵다. 친명계 의원들의 결사 옹위(擁衛)와 이른바 개딸들의 광적인 응원은 이 대표에게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 대선은 물론 총선 역시 중도층 표심을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 싸움이다. 이재명 1인 지배권을 지키기 위해 반민주·전체주의 정당의 모습으로 폭주하는 민주당에 중도층이 마음을 열 개연성은 많지 않다. 이 또한 이 대표가 넘어야 할 허들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 5개월 동안 여야가 극단으로 갈려 대립하면서 민생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통령과 정부·여당 책임도 크지만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과 이 대표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 탄핵, 해임 건의, 특검 등으로 검찰 수사에 맞불을 놓으며 비리 방탄에 급급한 이 대표와 친명계 의원들로 인한 국력 소모와 혼란이 크다. 국가에 막대한 누를 끼치고 있다. 이것 역시 이 대표가 넘어야 할 고개다.

    2023-10-03 05:00:00

  • [야고부] 조고와 통계 조작

    [야고부] 조고와 통계 조작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조작 범죄자'는 중국 진(秦) 환관 조고(趙高)이지 싶다. 진시황이 갑자기 병사하자 조고는 황제의 조서를 조작해 큰아들 부소와 몽염 장군을 자결하게 하고 막내아들 호해를 2대 황제로 옹립했다. 허수아비 황제를 앉혀 놓고 조고는 진시황 자식들 24명, 승상 이사를 죽이고 승상에 올라 권력을 맘껏 휘둘렀다. 조고는 사슴을 말로 둔갑시키는 조작까지 했다. 어전회의에 사슴을 들여놓고서 조고는 "말을 바친다"고 했다. 황제가 "승상은 어찌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가"라고 하자 조고는 "이것은 분명 말"이라고 우겼다. 조고의 권력에 공포를 느낀 대부분 신하들은 "승상의 말이 맞다"고 했지만 강직한 신하들은 "말이 아니고 사슴"이라고 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한 신하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죽여 버렸다.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성어가 생긴 연원이다. 감사원이 통계 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4명 전원과 경제수석, 국토교통부 장관, 통계청장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문 정부가 정책 실패를 감추려 부동산 가격, 소득·분배·고용에 관한 정부 통계를 조작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통계 조작을 하는 과정에서 혀를 내두르게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청와대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최종 수치가 예측치보다 높게 나오면 부동산원에 "이유를 대라"는 식으로 압박해 통계 조작을 유도했다. 국토부는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 버리겠다"고 부동산원을 압박했다. 5년간 최소 94차례 통계를 조작했다는 게 감사원 발표다. 문 정부의 통계 조작 와중에 미친 집값, 소득·고용 참사로 국민 고통이 가중됐다. 기업의 분식회계는 기업만 망할 뿐이지만 정부의 통계 조작은 나라를 망친다. 온갖 조작 범죄를 저지른 조고 때문에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 진은 진시황이 죽은 지 불과 4년 만에 멸망했다. 문 정부 통계 조작 의혹을 끝까지 파헤쳐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3-09-22 20:09:23

  • [야고부] ‘민주주의가 위험하다’

    [야고부] ‘민주주의가 위험하다’

    2차 대전 후 독립한 전 세계 140여 나라 중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한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특히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렀다. 어렵게 확립한 민주주의이기에 잘 가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민주주의가 지금 흔들리는 것을 넘어 미증유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그 원인의 하나는 정치적 양극화다. 이념적 차이를 넘어 상대 진영을 적(敵)으로 여기는 대립 구도가 심화됐다. 대화와 양보, 타협 등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덕목들은 사라졌고 그 자리를 적개심과 대립, 분열이 차지했다. 이 와중에 상식과 법치마저 실종됐고 승복(承服) 문화도 사라졌다. 가짜 뉴스와 돈으로 '선거를 통째 훔치려는' 시도들이 빈번해진 것도 민주주의를 최대 위기로 몰아넣는 요인이다. 지난 대선을 사흘 앞두고 야권 성향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한 '윤석열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때 대장동 대출 브로커를 만나 커피를 타 주고 사건을 무마했다'는 보도가 가짜 뉴스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 수사에서 어떤 세력이 가짜 뉴스로 대선 결과를 좌지우지하려 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는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를 뒤흔든 중대 범죄다. 대선 직전 가짜 뉴스를 퍼뜨려 승부를 뒤집으려고 한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업 씨가 이회창 후보 장남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폭로한 녹음테이프는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후보가 낙선한 뒤였다. 선거에서 돈이 난무하는 일도 갈수록 기승이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가 오간 의혹이 불거져 민주당 의원 1명이 구속됐다. 이와 관련,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송영길 전 대표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핵심이다. 선거에서 가짜 뉴스와 돈이 판을 쳐 표심(票心)이 왜곡되고 선거 결과가 뒤바뀌면 민주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2023-09-15 21:04:28

  • [야고부] ‘방랑시인 김삿갓’

    [야고부] ‘방랑시인 김삿갓’

    '죽장(竹杖)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 구름 뜬 고개 넘어 가는 객이 누구냐/ 열두 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애창곡 '방랑시인 김삿갓'의 가사다. 12·12 쿠데타 성공 뒤 군 관계자 등과 가진 회식 자리에서 노래 요청을 받고 마이크를 잡은 전 전 대통령이 이 노래를 부르는 영상도 있다. '김삿갓' 대신 자신의 성을 따라 '전삿갓'으로 개사해 부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삿갓의 본명은 김병연(金炳淵·1807∼1863). 한평생 세상을 떠도는 방랑의 삶을 살면서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많은 시를 남겼다. 여섯 살 무렵 홍경래의 난 때 선천 부사를 지내던 조부 김익순이 반란군에 항복했다가 참형되고 폐족 위기에 처하자 황해 곡산으로 피신해 목숨을 구했다. 강원 영월에서 열린 과거 시험에 참가한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스무 살의 그는 자신의 조부를 불충(不忠)의 죄로 백번 죽어 마땅하다며 호되게 꾸짖는 글로 장원을 했다. 뒤늦게 조부에 얽힌 내막을 안 그는 스스로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여겨 삿갓을 쓰고 유랑의 길로 나섰다. 김삿갓 또는 김립(金笠)이란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까닭이다. 김삿갓은 자신의 생애를 이렇게 시로 읊었다. '새는 둥지가 있고 짐승도 제 굴이 있는데(鳥巢獸穴皆有居)/ 내 평생 돌아보니 홀로 상처뿐이구나(顧我平生獨自傷)/ 짚신에 죽장 짚고 천리를 떠돌며(芒鞋竹杖路千里)/ 물처럼 구름처럼 유랑하니 사방이 내 집일세(水性雲心家四方)'. 노래 '방랑시인 김삿갓' 가사와 닮았다. '방랑시인 김삿갓' 등의 노래로 사랑을 받았던 원로 가수 명국환 씨가 96세를 일기로 지난달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홀로 지내 온 고인은 인천 한 요양병원에서 별세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내려와 여러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이면서 국가유공자인 고인의 쓸쓸한 임종에 마음이 애잔해진다.

    2023-09-08 20:02:00

  • [야고부] 전봇대 가시 킬러규제

    [야고부] 전봇대 가시 킬러규제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겠다는 것은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봇대 대못을 빼겠다고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부터 빼겠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붉은 깃발'을 들고나왔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게 했는데 결국 영국 자동차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 낡은 관행과 기득권을 지칭하는 붉은 깃발을 없애겠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규제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규제를 없애고 나면 또 다른 규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1천507건의 규제를 완화했지만 새 규제가 1천243건 생겼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 완화 7천315건을 기록했지만 새 규제 2천866건을 만들었다. 규제 혁파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7대 분야 100개 규제를 담은 책자 '중소기업 선정 킬러규제 TOP 100'을 발간하고 입법 활동에 돌입했다.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에 신음하는 중소기업들이 참다 못해 행동에 나섰다. 책자에 소개된 기업들의 사연은 절절하다. 한 반도체 기계 장비 제조업체 경우 인근의 신규 산단으로 이전을 준비하다 벽에 부딪혔다. 산단이 지정한 입주 업종에 맞지 않아 다른 업종으로 변경하는 편법을 쓰지 않으면 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산단별 특화 주제나 주요 업종을 두는 것은 이해하지만 원천적으로 업종을 기준으로 입주를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해당 업체의 하소연이다. 한 선박용 구성품 제조업체는 사업장 외국인 고용 한도 폐지를 읍소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지만 '외국 인력 쿼터제' 때문에 원하는 만큼 외국인을 채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모래주머니' '신발 속 돌멩이'로 규제 개혁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킬러규제' 혁파로 강도를 높였다. 산업단지 입지 규제를 '1호 킬러규제'로 지정했다. 대통령이 규제 혁파를 주문한 것은 바람직하나 공무원들이 달라지지 않으면 규제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공무원들이 규제 혁파에 나서지 않고 팔짱을 끼고 있는 한 '규제 왕국' 오명을 벗기 어렵다.

    2023-08-31 20:09:07

  • [야고부] 밥상머리 교육

    [야고부] 밥상머리 교육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길에 별세한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며 부친의 밥상머리 교육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아버지와 식사 중 대화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국가관, 경제관을 형성하게 됐다"는 말을 했다. 아버지의 밥상머리 가르침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취지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밥상머리 교육은 그 가치가 널리 입증됐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등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운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와 어머니 로즈는 밥상머리 교육에 공을 들였다. 식사 시간을 밥 먹는 시간이 아닌 교육 시간으로 활용했다. 특히 저녁 식사 시간엔 각자의 하루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아버지는 자녀들과 세상 돌아가는 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자녀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게시판을 마련해 놓고 신문, 잡지 등에 나온 좋은 글을 붙여 놓은 다음 식사 시간에 그 기사를 화젯거리로 자녀들과 대화를 했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도 유명하다. 정 회장은 청운동 자택에서 매일 새벽 5시 자녀들과 아침 식사를 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침 식사는 가족과 함께' 원칙을 지켰고 자녀들도 지키도록 했다. 정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 키워드는 겸손과 성실이었다. 손자들을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며느리들을 보고 정 회장은 "젊었을 때 콩나물 버스에서 시달려 봐야 나중에 자가용 샀을 때 기쁨을 안다"며 역정을 냈다. 그 효과에도 불구하고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 것이 현실이다. 부모와 자녀의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져 같이 앉아 식사를 하는 것부터 드물어졌다. 밥상머리 교육이 아예 불가능한 일이 됐다. 가장인 남편의 권위 추락도 밥상머리 교육 실종을 초래했다. 가장이 밥상머리에서 자녀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아내가 "바쁜 애들 앉혀 놓고 쓸데없는 얘기한다"고 타박하기 일쑤다. 자녀들도 아버지 얘기를 귓등으로 흘려들을 뿐이다.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인데도 사라진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밥상머리 교육도 그중 하나다. 가족이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밥상머리 시간과 밥상머리 교육이 실종된 것이 안타깝다.

    2023-08-24 20:12:07

  • [야고부] 노인 비하 발언 또 나온다

    [야고부] 노인 비하 발언 또 나온다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말이다. 우물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의 수고를 생각하고 고마워하는 게 당연하지만 인간 세태는 반대다. 우물의 물을 마시고서는 감사는커녕 물맛이 좋지 않다거나 우물이 작다며 타박을 늘어놓는다. 우물에 침을 뱉는 짓거리도 비일비재하다. 임기를 끝내고 물러났지만 김은경 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을 접하면서 음수사원을 떠올렸다. 김 전 위원장은 '남은 수명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망언을 했다. 여생이 짧은 노인은 자신의 생애만 생각한 단견(短見)을 갖고 젊은 층에 악영향을 주는 투표를 할 것이란 뜻을 담았으니 질타를 받아 마땅했다. 민주당의 노인 비하 발언은 툭하면 반복된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50대에 접어들게 되면 죽어 나가는 뇌세포가 새로 생기는 뇌세포보다 많다. 사람이 멍청해진다"며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고 했다. 노인 비하 발언을 쏟아 내는 민주당 인사들 사고의 기저(基底)엔 노인 세대에 대한 분노, 적개심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 세대가 자신들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표를 하지 말라고 하고, 자리를 맡지 말라고 하고,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망언을 하는 것이다. 우물물을 실컷 마시면서도 우물을 판 사람을 욕하는 행태도 문제다. 가난에 허덕이던 나라를 세계 경제 강국으로 만든 것은 노인 세대의 공이 지대했다. 그 덕분에 풍요를 만끽하면서도 노인 세대를 비하하는 것은 배은망덕이다. 노인 비하 발언을 하는 인사들의 뇌리엔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라는 잘못된 역사관도 똬리를 틀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추정하건대 민주당 인사들의 노인 비하 발언은 또 나올 것이 분명하다. 음수사원은 백범 김구 선생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김구 선생을 존경한다고 떠들던 민주당 인사들이 음수사원에 반하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 '청년층 표를 얻겠다고 노인 세대를 때리는' 민주당 인사들은 김구 선생에게 호통을 들어 마땅하다.

    2023-08-22 19:59:19

  • [알림] 영남풍수지리학회 주최, 태극사상과 한국문화(주역) 특별 강연

    [알림] 영남풍수지리학회 주최, 태극사상과 한국문화(주역) 특별 강연

    ▶태극사상과 한국문화(주역) 특별 강연=주최:영남풍수지리학회.26일(토) 오후 2시. 대구 남구 대명9동 대연학당. 강사 청고 이응문 선생. 053)656-4964.

    2023-08-22 13:51:44

  • [세풍] 개인이나 국가나 선택을 잘 해야

    [세풍] 개인이나 국가나 선택을 잘 해야

    최인훈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 공산주의자의 아들인 명준은 해방과 6·25 와중에서 고초를 겪다 전쟁 포로가 됐다. 북과 남, 양측의 사람들은 서로 제 나라를 택하라고 권유했지만 명준은 남한도 북한도 택하지 않았다. 제3국을 선택한 명준은 중립국으로 가는 인도 선박에 올랐으나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세월을 건너뛰어 이 시점에 명준이 남과 북을 선택한다면 그 결과는 뻔할 것이다. 자유도 경제적 풍요도 없는 북한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TV 광고 문구가 있었다. 해방과 6·25의 소용돌이에서 남과 북,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개인도 선택을 잘 해야 함은 물론 국가도 선택을 잘 해야 한다. 1948년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북한은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했다. 75년이 지난 지금 남과 북은 하늘과 땅 차이로 위상이 달라졌다. 대한민국은 2차 대전 후 독립한 세계 140여 나라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북한은 최악의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폭압적 정치 체제가 엄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선택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공(功)을 언급 안 할 수 없다. 당시 유행하던 공산주의 풍조를 거부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웠다. 안보를 위해 한·미 동맹을 체결했다. 대한민국 번영의 주춧돌을 놓았다. 우리나라는 미국·일본 진영을 선택한 덕분에 산업화·민주화에 성공했다.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눈부신 경제 성과를 거둔 것은 미국·일본을 주축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에 들어간 덕분이었다. 경제적 풍요가 바탕이 돼 민주국가로 올라섰다. 미국·일본 편에 서는 선택을 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 한·미·일 진영에서 뛰쳐나가려는 시도들이 벌어졌다. '한반도 평화'라는 듣기 좋은 말을 앞세워 북한에 굽신거리고 중국에 들러붙는 행위들이 줄을 이었다. 비핵화를 할 마음이 하나도 없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매달렸고 사드 추가 배치, 미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 3불(不) 정책을 약속하며 중국에 '굴욕 외교'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반면 미국과의 동맹을 허물어뜨렸고, '죽창가'를 부르며 반일에 올인했다. 대한민국이 북한·중국·러시아 진영에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국민이 나라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이 이달 10일 세계 78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 여행을 허가할 때 한국도 포함시켰다. 여러 분석이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우리나라가 확실하게 미국·일본 진영에 선 것이 중국의 전향적 결정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이 미국·일본과의 동맹·협력이란 원칙을 다시 고수하자 중국의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중국은 어떤 협박에도 원칙을 양보하지 않는 나라는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말이 다시 증명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3국 정상회의가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렸다. 북·중·러 3국의 연대가 심상찮은 상황에서 한·미·일은 외교·안보·경제·기술 분야에서 3국 협력 체제를 출범시켰다. 대한민국의 번영과 미래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국제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매우 잘한 국가의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2023-08-21 20:03:19

  • [야고부] 청년 맞춤 저출산 대책을

    [야고부] 청년 맞춤 저출산 대책을

    '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 산아제한 정책이 한창이던 1960, 70년대 구호들이다. 보건소에서 무료로 불임 시술을 해 줬고, 시술한 남성들은 예비군훈련을 면제받기도 했다. 출산율이 6명이나 됐기에 벌어졌던 풍경들이다. 출산율을 떨어뜨리려 부산을 떨었던 대한민국이 불과 한 세대 만에 출산율 0.78명으로 세계 최저 저출산 국가로 추락했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 존립 기반마저 위협할 정도가 됐다. 인구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이 지속되면 2750년 국가가 소멸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가파른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 충격이 하나둘 닥쳐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올해 1분기에만 21만 명 줄었다. 연금 납부액 감소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게 뻔하다. 국군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60만 대군'도 깨진 지 오래됐다. 50만 명 아래로 내려가 48만 명에 불과하다. 북한군 118만 명의 40% 수준이다. 2038년에는 40만 명 선마저 무너져 39만6천 명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쟁을 군인 머릿수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급격한 군인 감소는 안보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예산이 280조 원이다. 하지만 저출산 추세가 완화되기는커녕 세계 최악의 저출산 국가가 됐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아이를 낳으면 이러저러한 혜택을 주겠다'는 식의 공급자 마인드 정책에 치중한 탓이 컸다. 저출산 정책 관점을 180도 바꿀 때다. 정부가 다자녀 혜택을 3명에서 2명으로 완화함에 따라 두 자녀를 둔 가정도 공공분양주택 다자녀 특별공급 청약이 가능해지고 자동차 취득세 감면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쏟아 낼 움직임이지만 당사자인 청년층의 바람을 반영한 정책들을 추진하는 게 급선무다. 질 좋은 공공 보육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아이를 키우는 게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저출산 극복의 핵심이다. 윤석열 정부가 저출산 극복의 계기를 마련하면 두고두고 업적이 될 것이다.

    2023-08-17 19:59:05

  • [야고부] 시건 없는 국회의원들

    [야고부] 시건 없는 국회의원들

    경상도 방언에 '시건'이란 말이 있다. 한자어 식견(識見) 혹은 소견(所見)에서 온 말로 추정된다. '시건이 있다/없다' '시건이 났다' '시건이 들었다' 등으로 쓰인다. '시건이 없다'는 말은 '철이 없다'는 말보다 더 복합적일 뿐만 아니라 비판의 강도가 훨씬 세다. '철이 없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나쁘지만 '시건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상대방의 멱살을 잡고도 남는다. '사람이 안 됐다'는 뜻으로 여겨지기에 듣는 쪽에서는 썩 유쾌하지 않다. 이 말을 듣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게 경상도 사람들이다. 시건이 있으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광범위한 지식에다 경험, 그리고 판단력이 더해져야 한다. 공부를 하는 것은 시건을 갖춰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며, 자신의 위치와 분수를 파악하고, 주어진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할 때 비로소 시건이 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진실로 어른이 되는 것이다. 사리 분별을 하는 시건을 갖추면 엉뚱한 짓, 터무니없는 짓, 유치한 짓을 하지 않게 된다. 21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3년여 동안 여·야 가릴 것 없이 시건 없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여줬다. 잘못을 저지른 것도 문제이거니와 그 잘못을 덮으려고 말도 안 되는 언사를 보여줘 시건 없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가상 자산(코인) 문제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로부터 제명 권고를 받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국회 상임위 회의 도중 200차례가 넘는 코인 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의원이 국민 세금 받고 국정을 논하는 시간에 전업 투자자처럼 코인에 몰두했다. 자신의 신분과 자리를 망각한 참으로 시건 없는 행위다. 극한호우로 최악의 수해가 발생했는데도 해외 출장을 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시건 없기는 마찬가지다. 집중호우 피해 방지 법안 심사를 앞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까지 출장을 갔다. 쏟아진 비판에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했지만 "국민들 보시기에 적절치 않았다면 사과를 드린다"는 사과에 조건을 단 발언이 더욱 국민 부아를 치밀게 만들었다. 지난해 수해 복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한 국민의힘 의원도 시건이 없었다. 내년에 출범하는 22대 국회에서는 시건 없는 의원들이 그만 나오길 바랄 뿐이다.

    2023-08-02 19:51:55

  • [야고부] 다시 도약하는 포항 구미

    [야고부] 다시 도약하는 포항 구미

    '국토 디자이너'. 고속도로, 공단 등을 건설하며 국가의 지도를 바꾼 박정희 대통령을 수식하는 말이다. 그의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전국 곳곳에 박 대통령의 흔적이 배어 있는데 그중 포항과 구미는 박 대통령에게 더욱 각별한 도시다. 박 대통령이 포항제철과 구미공단을 입안하고 건설하는 등 두터운 인연을 맺어서다. 포항과 구미, 두 도시는 박 대통령이 추진한 산업화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 포항은 철강산업, 구미는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국부(國富) 창출에 기여했다. 두 도시는 산업 발전으로 좁게는 대구경북, 넓게는 국가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하지만 수도권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두 도시 소재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옮겨가면서 도시 위상이 떨어지는 등 기로에 처했다. 포항과 구미가 이차전지, 반도체 특화단지로 동시에 지정된 것은 두 도시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미 이차전지와 반도체에서 두루 경쟁력을 갖춘 두 도시는 특화단지 지정을 기폭제로 삼아 해당 산업에서 한국을 넘어 세계 대표 도시로 비약을 도모하고 있다. 포항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 거점(연간 70만t)으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구미는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인 12인치 웨이퍼 시장 분야 세계 2위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특화단지 지정으로 날개를 단 형국이다. 두 도시가 그리는 미래는 지금과는 차원이 다르다. 포항은 철강 도시를 넘어 이차전지 집적지, 구미는 전자산업 메카를 넘어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 초격차를 만들어낼 지역으로 비상을 꿈꾸고 있다. 대구경북신공항 개항으로 항공 물류 여건이 호전되는 것도 긍정 요인이다. 침체를 겪었던 포항, 구미 두 도시의 도약은 대구경북은 물론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호재다.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 경제계, 시민들이 힘을 모아 도시 발전에 매진해야 할 때다.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계속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산업화 시대에 이어 첨단산업 시대에 국가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포항, 구미 두 도시의 미래에 거는 기대가 크다.

    2023-07-26 20:44:36

  • [야고부] 박정희와 K-방산

    [야고부] 박정희와 K-방산

    M16 자동 소총을 만드는 미국 회사의 중역이 우리나라와 무기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고 청와대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만났다. 이 인사가 법적으로 허용된 리베이트라며 100만 달러 수표를 박 대통령에게 건넸다. "이것은 부정한 돈도 아니고 특별한 돈도 아니며 관례대로 주는 돈이므로 대통령께서는 당당하게 접수해도 된다"는 말과 함께였다. 박 대통령은 "그러니까 이게 내 돈이군요"라며 수표를 받고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직도 너무 가난하고, 남북 대치 상태에서 좀 더 안보를 위한 무장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 무기를 더 못 사는 것이 안타깝소. 이 돈이 내 돈이라면 내 맘대로 쓸 테니 이 돈만큼 당신네 무기를 좀 더 사고 싶소." 박 대통령의 M16 소총에 대한 집념은 지독(?)했다. 박 대통령은 소총 국산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조병창 간부들에게 "임진왜란이나 을사늑약은 한국이 총이 없어서 일본에 수난을 당한 것"이라며 국산 총기 개발을 독려했다. 1973년 6월 국산 M16 소총을 직접 발사한 박 대통령은 눈시울을 붉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방위산업에서 폴란드와 협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한·폴란드 간 대규모 방산 수출 계약이 체결되고 이후 신속한 납품이 이루어져 왔다"고 했다. 폴란드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한국 방산 수출액 173억 달러의 71.6%(124억 달러)에 해당하는 무기를 한국에서 수입했다. 폴란드 등 세계 각국이 북한과 70년간 군사적으로 대치하며 방산 역량을 키운 한국을 최적의 방어력 강화 모델로 꼽고 있다. 그 덕분에 'K-방위산업'이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은 2021년 세계 무기 수출시장 점유율 2.8%로 세계 8위 무기 수출국이 됐다. 2027년까지 점유율을 5%로 끌어올려 방산 4대 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방산 매출액은 29조7천억 원으로 증가하고 고용은 6만9천 명으로 늘어난다. 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했던 한국이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 다연장로켓 천무 등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씨를 뿌렸기에 열매를 거둘 수 있는 법. 자주국방의 씨를 뿌린 박 대통령이 K-방산이란 열매를 보며 하늘에서 미소를 지을 것 같다.

    2023-07-19 20:08:08

  • [야고부] 증자살인과 괴담 정치

    [야고부] 증자살인과 괴담 정치

    공자의 제자인 증삼(曾參)은 뛰어난 인품과 학식으로 증자(曾子)로 추앙을 받은 인물이다. 그와 관련한 고사 중 증자살인(曾子殺人)이 있다. 증자와 성과 이름이 같은 일족이 사람을 죽였다. 증자로 착각한 사람이 증자의 어머니에게 "증삼(증자)이 사람을 죽였어요"라고 알렸다. 증자의 어머니는 그럴 리가 없다며 베 짜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조금 후 다른 사람이 와 증자가 살인을 했다고 얘기했다. 어머니는 여전히 그 말을 믿지 않고 계속 베를 짰다.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와 똑같은 말을 하자 증자의 어머니는 두려워하며 베틀의 북을 던지고 담을 넘어 도망쳤다. 여러 사람이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고 하니 천하의 증자 어머니도 자식을 믿지 못하게 됐다. 증자 어머니의 심리 변화 과정은 이렇게 유추할 수 있겠다.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는 말에 처음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믿었을 것이다. 두 번째에는 '혹시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의심하는 마음이 들었지 싶다. 세 번째에는 '진실일 수도 있겠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나지 않지'라는 생각에 이르렀을 것이다.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사드 전자파, 청담동 술자리 등 근거 없는 괴담(怪談)들을 접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도 처음엔 증자 어머니와 같은 심리였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치부했지 싶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좌파 진영이 증자 어머니에게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고 알려준 사람들처럼 집요하게 괴담을 쏟아낸 결과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나아가 '진실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광우병, 사드 전자파, 후쿠시마 오염수 등 특히 건강에 직결된 괴담들엔 더 쉽게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민주당 등이 유포한 괴담들 중 사실로 판명이 난 것을 찾아볼 수 없다. 괴담 유포자들은 사실 여부엔 관심이 없다. 지지층 결집과 상대 진영 공격을 위해 국민 분노와 불안 심리를 교묘히 부추기며 괴담을 쏟아내는 데 몰두할 뿐이다. 정치적으로 괴담에 선동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괴담은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괴담의 불합리함을 검증하고, 부당함을 비판하며, 불건강함을 교정할 수 있는 시스템과 국민 역량이 미약하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고질병 중 하나다.

    2023-07-12 19:56:15

  • [세풍] ‘반국가 세력’ 증거 차고 넘친다

    [세풍] ‘반국가 세력’ 증거 차고 넘친다

    국가를 지탱(支撐)하는 것은 안보와 재정, 국민 통합이다. 이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이 세 가지에 위해를 가하거나 나쁜 상태로 몰아가면 반국가 세력, 국가의 적(敵) 비판을 받아도 싸다. 문재인 정권 5년은 안보와 재정, 국민 통합에서 좌초한 시기였다. 안보 자해(自害) 행위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군이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전자파를 수십 차례 측정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 사드 전자파 괴담을 쏟아낸 더불어민주당과 좌파 단체들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 정권이 사드 정식 배치 절차들을 뭉갠 탓에 5년이나 사드 배치가 미뤄졌고 그만큼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 문 정권은 한미 연합훈련을 등한히 하는 등 한미 동맹 근간을 뒤흔들었고, 북한과 중국엔 굴종(屈從)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을 고도화하도록 사실상 방치했다. 북한 김정은의 가짜 비핵화 선동에 넘어가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개발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국민을 호도했다. 반면에 우리 군의 북한 도발 대응 역량은 저하시켰다. 반국가 행위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나라 곳간을 거덜 나게 만든 것도 국가에 해를 끼친 행위다. 2017년 660조 원이던 국가채무가 문 정권 5년을 거치면서 400조 원이나 늘어 1천67조 원이 됐다. 코로나 대처 등 불가피한 지출도 있었지만 선거 승리와 정권 지지율 유지를 위한 포퓰리즘 재정 지출이 봇물을 이뤄 국가 재정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여 탈원전 피해액이 2030년까지 47조4천억 원에 달하게 만든 것도 국가에 씻을 수 없는 죄과(罪過)다. '조국 사태'로 문 정권은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국민을 분열시켰다. 수없는 갈라치기로 국민을 갈가리 찢어 놓았다. 국민 통합을 무너뜨린 문 정권의 죄과는 정권이 끝나고서도 여전하다. 대입 수능과 후쿠시마 오염수 등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될 사안에서도 극단적 진영 대립이 벌어지는 것은 문 정권 책임이 크다.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내로남불'을 밥 먹듯이 한 탓에 국민 통합에 거대한 장벽을 만들었다. 가장 무거운 반국가 행위다. 반국가 행위로 정권을 내주고서도 민주당은 반성은커녕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는 데 혈안이다. 민주당은 광우병·사드 괴담에 이어 연일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을 쏟아낸다.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정부 조사 결과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세수가 구멍이 났는데도 35조 원 추경을 요구하고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 법안, 대학생 무이자 대출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런 야당에 앞으로 정권을 맡겨도 되겠냐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겨냥해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며 "분단 국가로서 전쟁을 겪은 우리만큼 평화가 절실한 나라는 없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는 낫다"고 했다. 핵 공격을 대놓고 위협하는 북한 김정은이 두 사람 눈엔 안 보이나.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願平備戰·원평비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忘戰必危·망전필위)고 했다.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선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안보가 필수다. 가짜 평화의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두 사람의 허무맹랑한 평화론은 안보 태세를 허물 뿐이다. 반국가 행위가 끝이 없다.

    2023-07-10 20:01:02

  • [야고부]  TK에 큰 바위 얼굴을

    [야고부] TK에 큰 바위 얼굴을

    학창 시절 교과서에 실린 소설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을 감명 깊게 읽었다. '주홍 글씨'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의 작품이다. 소설 주인공 어니스트는 앞산의 큰 바위 얼굴을 닮은 한 아이가 이 고장에서 태어나 위대한 인물이 되어 돌아온다는 전설을 믿으며 고향에서 산다. 큰 바위 얼굴을 닮았다고 믿었던 사람이 세 명이나 왔지만 모두 아니었다. 부자 '게더 골드'(Gather gold), 장군 '피와 천둥의 노인'(Old blood and thunder), 대통령 후보 '늙은 바위 얼굴'(Old stoney phiz)도 큰 바위 얼굴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느 날 한 천재 시인이 고향에 돌아와 선한 삶, 성스러운 사랑, 많은 지혜로 사람들에게 감화를 주는 백발의 어니스트를 만났다. 이 시인은 어니스트야말로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어니스트가 큰 바위 얼굴"이라고 외쳤다. 마을 사람들은 전설이 이뤄졌다고 믿었지만 어니스트는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자기보다 현명하고 훌륭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소설 '큰 바위 얼굴'에서 착안해 미국은 1941년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 대통령 조각상을 만들었다. 얼굴이 새겨진 주인공은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다. 울산시가 얼마 전 '위대한 기업인 조형물 건립 사업'을 철회했다. 조례 입법과 예산 편성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으로 정중히 예를 다해 모셔야 할 분들인데도 그 진의가 훼손되고, 창업가에 대한 이미지 손상이 우려됐다는 게 철회 이유다. 세금을 들여 대기업 창업주 흉상을 만드는 것을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갈수록 희미해지는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들을 기리는 공간은 필요하다고 본다. 처음엔 반대가 있었으나 미국 러시모어산 큰 바위 얼굴은 미국 대통령이 중대 국사를 발표하는 역사적 공간이 됐다. 정주영, 최종현, 신격호 등 대한민국 산업화 주역들의 얼굴이 새겨진 한국의 큰 바위 얼굴을 볼 수 없게 된 것이 아쉽다. 이참에 박정희 이병철 김수환 등 한국을 대표하는 거인들을 배출한 대구경북에서 군공항(K2) 후적지에 한국의 큰 바위 얼굴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3-07-05 20:09:39

  • [야고부] 막 오른 ‘제2의 중동 붐’

    [야고부] 막 오른 ‘제2의 중동 붐’

    1975년 중동 시장에 처음 뛰어든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항만공사가 있다는 정보를 뒤늦게 입수했다. '20세기 최대 역사'로 불린 사우디 주바일 산업항 공사였다. 1976년 2월 정주영 현대건설 회장은 입찰가를 8억7천만 달러로 최종 결정했다. 입찰 결과 최저가인 9억 달러를 써낸 미국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입찰 업무를 맡은 현대건설 임원이 8억7천만 달러는 너무 낮다는 생각에 정 회장의 지시를 어기고 9억3천만 달러를 써낸 것이었다. 하지만 뜻밖의 반전이 일어났다. 미국 업체가 제시한 9억 달러는 유조선 정박시설에만 한정된 금액이었고, 결국 사우디는 최저가인 9억3천만 달러를 써낸 현대건설을 최종 낙찰자로 결정했다. 담당 임원의 고집 덕분에 현대건설은 6천만 달러의 이득을 본 셈이다. 9억3천만 달러는 당시 정부 예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현대건설이 사우디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발주한 50억 달러(6조5천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국내 기업이 사우디에서 따낸 공사 중 최대 금액이자 해외 건설 수주 전체를 통틀어 역대 7위 규모다. 수주에 성공한 프로젝트는 주바일 산업항 인근에 석유 플랜트를 짓는 사업이다. 하늘의 정주영 회장이 웃음을 터뜨렸지 싶다. 이번 쾌거는 기술, 신뢰, 외교 등 '3박자'가 맞아떨어져 거둔 성과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건설 현장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170여 건, 232억 달러 규모 공사를 완벽하게 해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발족한 '원팀코리아'의 지원이 더해져 쾌거를 거뒀다. 기업과 정부, 민과 관이 뭉쳐 이뤄낸 성과여서 의미가 각별하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사우디 등 중동 건설시장 규모는 6천943억 달러(약 911조 원)로 전년(6천177억 달러)보다 12.4%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특수'가 사라짐에 따라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우리로서는 '제2의 중동 붐'을 통해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과 신뢰를 갖춘 기업들의 노력과 정부의 전폭적인 뒷받침이 합쳐지면 제2의 중동 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중국(中國) 대신 중동(中東)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2023-06-27 20:03:50

  • [야고부] 내년 총선이 두렵다

    [야고부] 내년 총선이 두렵다

    2022년 1월 이 난에 '3·9 대선이 두렵다'는 글을 썼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뒤진 여론조사 결과들이 쏟아지고, 이준석 대표의 내부 총질을 지적하면서 정권 교체가 무망(無望)해진 상황을 다룬 내용이었다. 우려와는 달리 대선에서 윤 후보가 승리해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3·9 대선이 두렵다'는 칼럼 제목을 차용해 '내년 총선이 두렵다'는 글을 써야 할 상황이 됐다. 이달 초 실시한 '내일이 총선이면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여론조사 결과 오차 범위 안이지만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 달 전보다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상승한 반면 국민의힘 후보 선택 응답은 하락했다. '정권에 대한 견제를 위해 야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는 응답이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는 응답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서울·경기·인천 유권자를 상대로 한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오차 범위 내이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모두 앞섰다. 300일 가까이 남은 내년 총선 결과를 정확히 맞히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좌파는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며 모든 잘못을 퉁치는 데 능숙한 사람들이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가장 큰 수혜자는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고, 대통령이 되는 길도 활짝 열릴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준열한 심판"이라는 성명을 내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 그 수하들의 비리와 잘못도 덮일 개연성이 농후하고, 단죄는 물 건너갈 게 뻔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총선에 나서 승리를 거둬 모든 잘못에 대해 면죄부를 받는 일이다. 여당이 총선에서 지면 대통령과 정부는 식물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이 좌초할 우려가 크다. 내년 총선이 두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수두룩하다.

    2023-06-20 20:25:28

  • [야고부] ‘먼저 먹는 게 장땡’

    [야고부] ‘먼저 먹는 게 장땡’

    '먼저 먹는 게 장땡'이란 말이 있다. 장땡은 화투에서 유래된 말로, 섰다에서 10을 두 장 가지고 있으면 장땡이라고 한다. 정말 좋다, 최고다라는 뜻으로 장땡이 쓰였다. 먼저 먹는 게 장땡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일본 패망 후 일제나 일본인 소유의 재산인 적산(敵産)을 두고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졌고, 먼저 차지하는 게 임자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6·25전쟁 와중은 물론 압축적 경제성장을 하는 과정에서도 먼저 먹는 게 장땡이 되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먼저 먹기 위해 온갖 불법이 동원되는 일도 판을 쳤다. 돈은 물론 자리까지, 먼저 먹는 게 장땡이 되는 세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3년간 시민 단체가 수령한 국고보조금 감사 결과 1천865건에서 314억 원의 부정·비리가 확인됐다. 서류를 조작해 보조금을 받은 후 횡령하거나 사적 용도로 쓰는 등의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정부 보조금은 먼저 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시민 단체뿐만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나랏돈은 먼저 먹는 게 임자'라는 생각에서 나랏돈 뜯어먹기에 혈안이다. 오죽하면 '먹지 못하면 바보'라는 말까지 나돌겠는가. 자리도 먼저 차지하는 게 장땡이 되는 시절이다. 어느 기관보다 공정에 목숨을 걸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 전·현직 간부들이 자녀의 특혜 채용 의혹에 휩싸였다. 선관위 정규직이란 좋은 자리를 남 줄 게 아니라 자녀에게 주겠다는 잘못된 심리가 사태의 발단이 됐다. 선관위는 물론 공기업에서도 자녀, 지인들의 부정 채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먼저 먹는 게 장땡이라는 적폐를 청산하려면 일벌백계가 최선의 해결책이다.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먹었다가는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나랏돈을 뜯어먹은 이들에게 수십, 수백 배의 벌금을 물려 재산이 거덜이 나도록 해야 한다. 채용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은 연금 수령 등에서 막대한 불이익을 주는 게 마땅하다. 나랏돈 도둑은 혈세를 갉아먹고, 자리 도둑은 기회의 공정을 무너뜨리는 쥐들이다. '열 명이 도둑 한 명 못 막는다'고 했다. 감시·감독으로는 한계가 있다. 불법을 동원해 마구 먹었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먼저 먹는 게 장땡이란 말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2023-06-08 19: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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