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사랑하자!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 소비심리 위축, 유통 마진 감소, 늘어나는 규제, 여야 간 정쟁 격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요즘 뉴스나 신문들을 읽을 때면, 자주 볼 수 있는 키워드들이다. 팔아야 하고 남겨야 하고 다시 구매해야 하는 상인들의 마음이 타들어갈 때가 하루에도 열두 번이다. 소비자들은 어떤가? 뛰는 장바구니 물가, 치솟는 외식 물가, 녹록지 않은 주머니 사정 등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킨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마트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대구 경제의 최일선이라고 불리는 골목상권에서 다양한 소비자들을 만나게 된다. 대구 경제의 '실핏줄'처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하루하루 격해 가는 거대 유통업계와 온라인 공룡 플랫폼과의 처절한 경쟁이 이제는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자주 듣게 된다. 몸부림치며 버티고 있지만 나날이 힘들어지는 유통업 환경에 지쳐 갈 때마다 고향 문경을 떠나 상주를 거쳐 청운의 꿈을 안고 대구에 왔던 시간들을 생각한다. 그렇다. 대구는 나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현장에서 흘린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았고, 노력이 만든 결실은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구는 어느새 나에게 진정한 고향이 되었다. 얼마 전, 여러모로 힘든 대내외적 환경에 정말 힘들고 지쳐 갈 때 우연히 노래 한 곡을 듣게 되었다. 노래 가사에 내가 성장했고 대구가 성장했던 과거의 시간들이 함축되어 있어서 그런지 빠른 템포의 노래지만 심금을 울렸던 노래 가사는 이랬다. "변해만 가는 세상살이가 때로는 힘이 들지만/ 세월 가도 변하지 않을 그 사랑 기다리면서/ 살짝쿵 살짝쿵 잊을 수 없는 그 맛…." 많은 것이 변했고 점점 더 빨라져만 가는 세월이 아쉬워 그런지 노래를 들을 때마다 바쁘게 살았던 시절 '누른 국수'나 '따로국밥' 한 그릇 후딱 먹고 일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소주 한 잔에 청춘을 위로하며 곁들인 '뭉티기'나 '막창구이'가 생각났다. 생각해 보니 대구가 경북의 한 도시에서 직할시가 되고 광역시가 된 후 대한민국 3대 도시로 성장하는 그 시간에 대구의 서민들과 노동자들이 즐긴 '대구 10미(味)'도 함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대구 10미를 소재로 노래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기뻤다. 또, 대구시 모 공무원의 열정으로 '대구의 맛'이라는 노래가 탄생하게 됐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무척 놀랐다. 그 열정 때문인지 몰라도 K-트로트 '대구의 맛'을 들을 때마다 대구에 대한 애향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래서 대구마트유통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있는 필자는 257개 회원사 대표들에게 대구에 대한 애향심 고취를 위해 마트 할인 행사와 연계한 '파워풀 대구 10味 데이' 개최를 제안하여 지난 8·15 광복절 기간 전후로 할인 행사를 진행한 바 있고, 얼마 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대구 10미를 노래한 K-트로트 대구의 맛을 응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캠페인을 벌여 추석 귀성객들과 마트 이용객들을 상대로 노래 홍보와 애향심 고취를 위해 노력한 바 있다. 어느 도시든 갈등이 없는 도시가 어디 있겠는가? 분명한 것은 도시는 애향심을 바탕으로 하나가 되어야만 번영과 발전을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부산 갈매기' 노래 하나로 부산이 하나가 되듯이, K-트로트 '대구의 맛'으로 대구를 하나 되게 하고 대구에 대한 애향심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3-10-23 11:30:00
이번 추석 연휴를 '만족'하면서 보낸 대표적 인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지 싶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으로 구치소가 아닌 병원에서 연휴를 보냈다.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로 흔들리던 대표 자리는 영장 기각으로 오히려 더 공고해졌다. 박광온 원내대표 등 비명계 인사들이 정리되고 그 자리를 친명계 인사들이 차지했다. 영장 기각 덕분에 이 대표가 얻은 결과물이 하나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차기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이 대표 구상에 더 힘이 실리게 된 것이 영장 기각의 가장 큰 소득이다. 이 대표가 연휴 기간 중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 회담을 제안한 것은 회담 실현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 대척점에 이재명이 있다는 것, 내년 총선은 '이재명 체제'로 치러진다는 것, 민주당 대선 주자는 이재명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내심 쾌재(快哉)를 부르는 이 대표와 환호작약(歡呼雀躍)하는 민주당에 재를 뿌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총선 승리→대권 도전'이란 이 대표의 복안(腹案)이 실현되기까지 이 대표가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는 사실이다. 영장 기각은 이 대표가 겨우 허들(hurdle) 하나를 넘었을 뿐이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가 구속 수사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을 뿐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거나 무죄를 받은 것은 아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고 해서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nonsense)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구속영장 기각 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난 경우가 허다하다. 죄가 있고 없고를 따지는 본안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야 진짜 무죄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으로 구속 기소된 인사가 24명에 달한다. 10여 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재판에서 하나로도 유죄를 받으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몇 번이나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해놓고 막판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했다. 단식이 방탄용이란 사실을 자인한 꼴이었다. 입으로는 사즉생(死卽生)을 외치면서 정작 이 대표는 생즉사(生卽死)의 언행을 자주 보여줬다. 신뢰라는 정치적 자산을 스스로 무너뜨린 이 대표 앞에 신뢰 회복이란 무거운 숙제가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 대표의 복안이 실현되기 어렵다. 친명계 의원들의 결사 옹위(擁衛)와 이른바 개딸들의 광적인 응원은 이 대표에게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 대선은 물론 총선 역시 중도층 표심을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 싸움이다. 이재명 1인 지배권을 지키기 위해 반민주·전체주의 정당의 모습으로 폭주하는 민주당에 중도층이 마음을 열 개연성은 많지 않다. 이 또한 이 대표가 넘어야 할 허들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 5개월 동안 여야가 극단으로 갈려 대립하면서 민생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통령과 정부·여당 책임도 크지만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과 이 대표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 탄핵, 해임 건의, 특검 등으로 검찰 수사에 맞불을 놓으며 비리 방탄에 급급한 이 대표와 친명계 의원들로 인한 국력 소모와 혼란이 크다. 국가에 막대한 누를 끼치고 있다. 이것 역시 이 대표가 넘어야 할 고개다.
2023-10-03 05:00:00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조작 범죄자'는 중국 진(秦) 환관 조고(趙高)이지 싶다. 진시황이 갑자기 병사하자 조고는 황제의 조서를 조작해 큰아들 부소와 몽염 장군을 자결하게 하고 막내아들 호해를 2대 황제로 옹립했다. 허수아비 황제를 앉혀 놓고 조고는 진시황 자식들 24명, 승상 이사를 죽이고 승상에 올라 권력을 맘껏 휘둘렀다. 조고는 사슴을 말로 둔갑시키는 조작까지 했다. 어전회의에 사슴을 들여놓고서 조고는 "말을 바친다"고 했다. 황제가 "승상은 어찌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가"라고 하자 조고는 "이것은 분명 말"이라고 우겼다. 조고의 권력에 공포를 느낀 대부분 신하들은 "승상의 말이 맞다"고 했지만 강직한 신하들은 "말이 아니고 사슴"이라고 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한 신하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죽여 버렸다.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성어가 생긴 연원이다. 감사원이 통계 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4명 전원과 경제수석, 국토교통부 장관, 통계청장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문 정부가 정책 실패를 감추려 부동산 가격, 소득·분배·고용에 관한 정부 통계를 조작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통계 조작을 하는 과정에서 혀를 내두르게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청와대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최종 수치가 예측치보다 높게 나오면 부동산원에 "이유를 대라"는 식으로 압박해 통계 조작을 유도했다. 국토부는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 버리겠다"고 부동산원을 압박했다. 5년간 최소 94차례 통계를 조작했다는 게 감사원 발표다. 문 정부의 통계 조작 와중에 미친 집값, 소득·고용 참사로 국민 고통이 가중됐다. 기업의 분식회계는 기업만 망할 뿐이지만 정부의 통계 조작은 나라를 망친다. 온갖 조작 범죄를 저지른 조고 때문에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 진은 진시황이 죽은 지 불과 4년 만에 멸망했다. 문 정부 통계 조작 의혹을 끝까지 파헤쳐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3-09-22 20:09:23
2차 대전 후 독립한 전 세계 140여 나라 중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한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특히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렀다. 어렵게 확립한 민주주의이기에 잘 가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민주주의가 지금 흔들리는 것을 넘어 미증유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그 원인의 하나는 정치적 양극화다. 이념적 차이를 넘어 상대 진영을 적(敵)으로 여기는 대립 구도가 심화됐다. 대화와 양보, 타협 등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덕목들은 사라졌고 그 자리를 적개심과 대립, 분열이 차지했다. 이 와중에 상식과 법치마저 실종됐고 승복(承服) 문화도 사라졌다. 가짜 뉴스와 돈으로 '선거를 통째 훔치려는' 시도들이 빈번해진 것도 민주주의를 최대 위기로 몰아넣는 요인이다. 지난 대선을 사흘 앞두고 야권 성향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한 '윤석열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때 대장동 대출 브로커를 만나 커피를 타 주고 사건을 무마했다'는 보도가 가짜 뉴스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 수사에서 어떤 세력이 가짜 뉴스로 대선 결과를 좌지우지하려 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는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를 뒤흔든 중대 범죄다. 대선 직전 가짜 뉴스를 퍼뜨려 승부를 뒤집으려고 한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업 씨가 이회창 후보 장남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폭로한 녹음테이프는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후보가 낙선한 뒤였다. 선거에서 돈이 난무하는 일도 갈수록 기승이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가 오간 의혹이 불거져 민주당 의원 1명이 구속됐다. 이와 관련,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송영길 전 대표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핵심이다. 선거에서 가짜 뉴스와 돈이 판을 쳐 표심(票心)이 왜곡되고 선거 결과가 뒤바뀌면 민주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2023-09-15 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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