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으로도 괜찮고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한 만두. 밀가루로 반죽한 피에 고기와 채소를 다진 만두소를 넣은 만두는 들어가는 재료나 피의 모양, 요리하는 방법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다. 대구 최초의 만두전문점인 '태산만두'는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 개발은 물론 맛과 푸짐한 양으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왕개순 2대 사장은 "태산만두는 그날 파는 음식은 그날 만든다는 원칙 아래 모든 재료는 당일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아버지가 이룩한 60여 년의 태산만두 전통을 지켜갈 것"이라고 했다.
◆산둥성 만두 맛 이어받은 태산만두
대구 중구 덕산동 화방골목에 있는 태산만두 간판엔 'SINCE 1972'라고 적혀 있지만 가게 역사는 1958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태산만두의 창업주는 왕덕선(2014년 작고)이다. 중국 산둥성에서 태어난 왕덕선은 1949년 공산당이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승리해 중국 대륙을 장악하자 한국으로 피란왔다. 그때 나이는 16세. 서울에서 10년간 화교식당에서 중화요리를 배운 왕덕선은 1957년 친구가 있는 대구로 내려왔다. 뭘 할까 고민하다 '중화요리집은 가짓수가 많아 재료 준비에 손이 많이 가 혼자서는 어렵다. 그보다는 만둣집의 재미가 쏠쏠하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1958년 '해랑만두'(대구시 중구 동문동 동아백화점 맞은편)를 차렸다. 메뉴는 군만두, 찐교스, 왕만두, 물만두 등 네 가지. 산둥만두에 한국인의 입맛을 가미했다. 왕개순(57) 2대 대표는 "당시 만두는 특별한 날에나 먹는 고급음식이어서 자장면이나 짬뽕보다 비쌌다. 목도 좋아 장사는 잘 됐다"고 했다. 왕덕선은 그곳에서 1966년까지 장사하다 그만두고 1967년 이천동에 동해반점을 차렸지만 몇 년 가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1972년 대구백화점 앞에서 상호를 달리해 '태산만두'라 이름으로 만두가게를 오픈했다. 태산(泰山)이란 상호는 왕덕선이 아내와의 인연을 맺어준 분이 '태산은 언제나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의미로 지어준 이름이다. 장사는 그럭그럭 잘 되었다.
그러나 1980년 중반부터 만두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만두집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대만에서 대학을 다니다 귀국해 1987년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왕개순 대표는 만두에 라면, 우동, 쫄면, 김밥 등 분식 메뉴를 결합해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해 냈다. 가격도 낮게 책정해 부담 없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1990년 초반에는 탕수만두와 비빔만두를 추가했다. 비빔만두는 아직까지도 태산만두의 스테디셀러다. 탕수만두 역시 탕수육 소스와 만두가 결합된 메뉴로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9년 쯤 하다가 2011년 화구를 파는 화방골목(대구 중구 덕산동)으로 이전했다. 태산만두 입구 양쪽에는 호위 장승처럼 글귀가 쓰여져 있다. 山高險峻有虎更威(산고험준유호갱위:산이 높고 험준하니 호랑이가 있어 위엄을 떨치고), 泰而不驕其才大矣(태이불교기재대의: 크지만 교만하지 않으니 그 재주가 크지 아니한가)
이 글귀는 태산만두 오픈 15주년 기념으로 창업주의 친구가 선물한 것이다. 거기에는 태산이란 이름처럼 큰 뜻을 품되 교만하지 말라는 큰 가르침이 담겨있다. 왕개순 대표는 "교만을 경계하고 믿고 찾아와주는 단골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60여 년 전통의 태산만두는 단골손님도 많다. 왕 대표의 부인 장주미(55) 씨는 "외국으로 이민간 한 여성은 '임신을 했는데 태산만두가 너무 먹고 싶었다'며 출산 후 찾아와 '이 맛을 다시 추억할 수 있게 해줘 너무 고맙다'고 했고, 미국에 유학간 자녀를 위해 냉동만두를 대량으로 구입해 가는 분도 있다"고 했다. 장 씨는 이어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 등 3대가 함께 찾아 '문을 닫지 않고 있어줘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면 힘도 나고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가격은 올리지 말고 무조건 푸짐하게 퍼주라"
태산만두가 이렇게 오랜 시간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창업주의 경영철학에 있다. 왕개순 대표는 "선친은 '적게 남더라도 가격은 올리지 말고 무조건 푸짐하게 퍼주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며 "때때로 가격을 조금 올려야겠다는 유혹을 느끼지만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나 못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태산 만두를 오늘에 있기까지는 재료의 신선도도 한 몫했다. 그날 파는 음식은 그날 만든다는 원칙 아래 하루 정도를 재우는 고기를 제외한 모든 재료는 당일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재료는 전날 준비해 두었다가 아침에 사용한다. 왕 대표는 "만두 소로 쓰는 각종 채소는 미리 만들어두면 물이 생기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 둘 수도 없다. 밀가루 반죽을 하고 만두피를 만드는 과정 역시 그날 이뤄진다"며 "재료는 모두 국산이다. 무말랭이는 해풍으로 말려 단맛이 많이 나는 제주산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왕 대표는 아들이 태산만두를 이어받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까지 뒤를 이어가겠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면서 "힘들게 이룩해온 60년 전통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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