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메디시티' 이름 부끄러운 대구경북의 신종코로나 방역망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전국 확산 국면에서 지역 단위 대응 역량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하지만 지금 대구경북 지역 보건 당국과 지자체 등이 보여주는 대응 능력은 불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 타 시·도에 다 있는 바이러스 신속검사기관이 대구경북에는 유독 없으며 포항항만을 통해서는 검역 절차 안 거친 중국 선원들이 다수 입국하기도 했다.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도 지역 내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것 자체가 천운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신종 감염병 확산 차단에서 가장 중요한 대응책은 신속한 검진이다. 전국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 의료기관이 38곳 있고 이곳에 가면 6시간 만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대구경북에는 이런 검사 의료기관이 없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감염 의심이 들어도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 24시간 격리된 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대구경북 지역 어느 의료기관도 정부에 검사기관 신청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기가 막힐 노릇이다.

대구경북의 뭇 병원·의료원들이 신종코로나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쯤으로 생각하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이자 대구경북 거점의료기관인 경북대병원을 비롯해 시·도립 의료원들이 이런저런 핑계로 검사기관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책임 방기에 가깝다. 7일부터 신종코로나 신속검사가 진행된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는데도 대구시도 지역 대학병원들의 참여를 독려하지 않았다. '메디시티 대구'라는 이름이 아까울 지경이다.

포항항은 후베이성 출신 등 중국인 선원들이 항만을 통해 국내로 입국하는데도 정부 부처의 매뉴얼만 고집하며 검역 시스템을 늑장 가동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 사이 검역 없이 포항항 정문을 통과한 외국 국적 선원이 98명이며 이 중 39명이 중국 국적이라고 하니 시민들이 발 뻗고 잘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대구경북 보건 당국과 지자체들, 긴장 좀 하고 방역 전선에 나서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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