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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느리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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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지구상에서 한국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나 나라도 없을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한국인은 늘 시간에 쫓기듯 마음이 급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억척스레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기술과 시스템의 빠른 변화는 '앞서가는 한국인'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한몫했다.

이런 현상은 불과 반세기 만에 압축성장한 우리 현대사와 국민 기질 변화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서두르다 보면 정확성이 떨어지고 느리면 그만큼 뒤처지는 게 이치다.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힘드나 명암이 함께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재(財)테크나 시(時)테크는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다. 이는 많은 돈과 생산적인 시간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이르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풍요로운 삶을 뒷받침하는 수단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동시에 다른 방식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지 않음을 뜻하는데 채우는 것에 쏠려 그 반대의 경우는 눈이 어둡다는 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급반전했다. 지역 감염이 확산하면서 활기차던 인구 250만 명 대도시가 마치 정지화면을 보듯 멈춰서고 정적마저 감돈다. 평소 많은 사람이 오가던 곳은 인적이 거의 끊겼고 붐비던 거리도 한산하다.

지난 5일 이후 거의 변동이 없던 코로나19 감염병 확진자 수가 18일 39명으로 뛰어오르더니 76명, 104명, 156명, 204명으로 계속 치솟고 있다. 발생 지역도 대구경북의 경계를 넘어 경남 제주 전주 충북 등으로 번졌다. 이는 '슈퍼 전파자'로 불리는 일부 확진자의 동선이 말해주듯 현대인의 분주한 활동과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의 자유를 증명한다. 2014년 1천608만 명이던 한국인 해외여행자 수가 2018년 2천869만 명으로 급증한 것은 실로 놀랍다.

바이러스 확산은 인명과 경제적 피해 등 큰 손실을 낳는다.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기회의 서막이자 변화의 계기이기도 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거울삼아 현재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 조금 더 절제하고 조금 더 느릿한 삶, 바이러스에 발이 묶인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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