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대구 남산동 도심에 천주교대구대교구 성직자 묘역이 있다. 천주교 순례자 발길이 이어지는 이곳을 드나들 때 입구 출입문 두 벽돌 기둥에 새겨진 'HODIE MIHI', 'CRAS TIBI'라는 낯선 라틴어 글씨의 뜻을 알면 옷깃을 여미곤 한다.
낯선 글귀가 새겨진 이곳 문의 안팎은 다른 세계이다. 안과 밖이 이처럼 구분된 쇠문도 있지만 다른 문도 있다. 절집 특유의 일주문(一柱門) 또는 불이문(不二門)이란 문이다. 뜻하는 바처럼 승속(僧俗)이 따로 없고, 하나이다 보니 문짝 역시도 없어 드나듦이 자유롭다.
세상은 이런 문으로 가득하다. 특히 세속의 문은 실용적 목적으로 짠 장치다. 오를 수 없는 높은 성벽도 작은 문 하나면 성 안과 밖을 마음껏 드나들 수 있다. 문의 안이냐, 밖이냐에 따라 '나'와 '남'이 되고, 유행가 가사처럼 '님'과 '남'이 되기도 한다. 나라와 나라 사이도 다르지 않다. 국경이란 문이 생긴 까닭이고, 지금껏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리라.
지금 중국발 '코로나19' 괴질(怪疾)로, 특히 대구경북은 잇따라 아까운 목숨을 잃는 참담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문을 한결 연 우리에게 되레 다른 나라는 앞다퉈 문을 걸어 잠그니 '문 타령'은 저절로다. 그 수도 갈수록 늘지만 우리는 요지부동이니 속내를 알 수 없다.
1일 현재 20명의 사망자 중 19명이 대구경북에서 나왔다. 지금도 죽음과의 싸움이니 또 나올 헛된 희생자가 두렵다. 이번 괴질로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기 바란 내일'인 오늘을 사는 우리는 혹 '내일은 나에게'라는 재앙이 닥칠까 두려워 문 타령은 더욱 그럴 만하다.
게다가 대구경북에선 쏟아진 환자로 미처 병실을 구하지 못해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바람에 산 목숨까지 잃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지경인데 대구경북 환자를 받기는커녕 나라 안의 문은 더 굳게 닫히는, 한 번도 없던 사태마저 겪는 나라 꼴이 그저 암담하다.
이러니 3·1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구경북은 결코 외롭지 않다"는 위로가 공허할 뿐이다. 닫히지 않는 창문을 둔 채 무더운 여름과 찬바람 부는 겨울, 아무리 모기를 잡고 이불을 덮는들 무슨 소용이랴. 고장 난 문부터 제때 고치거나 바꿔야 할 터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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