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코로나 드라이브 스루 자원봉사 현장기

김선완 대구경북언론인회 사무총장
김선완 대구경북언론인회 사무총장

대형병원은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영남대병원도 권역응급의료센터 입구에는 선별진료소가 설치되어 24시간 출입자를 엄격히 통제 중이다.

필자는 일주일 전부터 이곳 권역응급의료센터 4층 비상대책상황실에서 자원봉사 중이다.

상황실은 하루 2교대로 24시간 운영된다. 봉사자는 병원 내 부족한 인력이 생기는 곳을 찾아 다니면서 허드렛일을 돕고 있다. 출근은 매일 오전 8시30분, 본관 입구에서 직원이나 외래인 누구나 기초문진과 체온검사를 받은 뒤 들어가게 된다. 이후 엘리베이터를 통해 4층으로 올라가 다시 3개의 문을 통과해야 비상대책상황실이 나온다.

이곳 상황실장은 김성호 병원장이 맡고 있다. 김 병원장은 "2003년 사스 공포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직접 겪으면서 각 병원마다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았기에 '우한폐렴'도 반드시 대구에 들어올 것이라 예상했었다"고 했다. 다른 병원보다 좀 더 일찍 대처하기 시작하자 병원 내 관계자들조차 '병원장이 너무 일찍 서두른다'고 수군대기도 했다.

청도 대남병원에서 전국 최초 사망자(63·남)가 나온 날 영남대병원은 즉시 병원장실 옆 회의실에 30여 명으로 조직된 비상대책상황실을 꾸렸다.

또 권역응급센터 앞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별도의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이동진료소를 설치해 전국 최초로 운영에 들어갔다.

영남대병원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운영한다. 이곳에서 코로나19 유증상자를 대상으로 첫날 38명을 검사한 것이 매일신문에 가장 먼저 보도되자 SBS와 중앙일보가 잇따라 보도했다. 이어 영국 BBS와 CNN에서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한 '한국의 효과적인 코로나19 진단검사'로 소개하기도 했다.

2일째 하루 123명의 검체를 채취한 의료진은 3월 1일부터 3일까지는 하루에 각 355명과 454명, 408명 등을 검사하는 등 점차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채취된 검체는 밀봉상태로 검사실로 이동되면 24시간 동안 감염여부를 검사한 뒤 늦어도 다음 날이나 48시간 내에 본인에게 문자로 검진 결과를 알려 준다. 일주일 동안 이곳을 이용한 사람은 모두 2천176명으로 이 중 5% 정도가 확진자로 드러났다.

전국의 각 자치단체들도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견학 후 다투어 설치하고 있다.

영남대병원의 경우 검진결과 확진자의 경우 감염내과 교수들이 직접 전화상담으로 경증과 중증으로 분류해 자가격리와 입원조치 등을 결정하게 된다.

한편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병원 측은 지난달 20일 이후 병원 감염을 우려해 봉사자 300여 명의 활동을 중단시켰다. 이들은 1층 접수실과 호스피스 병동, 종교실 등에서 매주 한두 번씩 돌아가면서 활동했던 지역 봉사자들이었다.

필자는 이분들이 다 자원봉사를 그만둔 줄도 모르고 지역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직후 대구시의사협회에 행정직 자원봉사자로 등록했다. '질병관리본부 1339'와 '영남대병원 비상대책상황실' 등에도 자원봉사 신청을 했다.

드디어 지난달 25일, 연락이 왔다. 신입사원 면접과도 같이 까탈스러운 상담을 거친 뒤 자원봉사를 할 수 있었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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