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당헌 위반에 정체성 논란까지, 역시 '공천' 아닌 '사천' 이었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의를 마친 뒤 퇴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의를 마친 뒤 퇴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대구경북 공천이 지역민의 뜻을 무시한 것은 물론 당헌·당규를 어겼고 나아가 보수의 가치마저 교란한 '묻지 마' 사천(私薦)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이런 공천은 수용할 수 없으며 당 차원에서 원점에서 재검토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당헌(제81조 제5항)은 단수 추천은 '공천 신청자가 1인일 경우, 복수의 후보자 중 1인을 제외한 모든 후보자가 범죄 경력 등 부적격으로 배제된 경우, 복수 신청자 중 1인의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 단수 추천 지역은 이 항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

세 번째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수 추천을 받은 후보가 과연 '월등한' 경쟁력이 있나. 부정적인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공관위는 사천을 위해 당헌·당규까지 어겼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당헌·당규는 폼으로 두고 있느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보수의 가치와 맞지 않는 행적도 문제다. 안동예천에서 단수 추천을 받은 김형동 후보는 과거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라는 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속한 탄핵을 촉구했고 '문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며'라는 글에서는 "너나없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힘을 모았다"며 "대통령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했다. 이런 인사가 '보수 안동'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거센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역시 단수 추천을 받은 대구 북갑의 양금희 후보도 '정체성'을 의심받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자격으로 개최한 여성단체와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 후보는 참석만 했을 뿐 찬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면 이는 '주장'일 뿐이다. '찬성하지 않았다'도 '반대했다'가 될 수 없다.

이런 논란들이 이는 사실 자체가 공천이 정상적이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말 그대로 대구경북을 '졸'로 보고 제멋대로 내리꽂은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