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상황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감염예방법상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에게 신고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며 "(코로나19 대응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는) 의료인이라면 여러 영역에서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월 29일은 코로나19 확진자가 909명 발생해 하루 최고치를 찍은 날이었고, 대구경북은 공포와 불안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앞서 대구시의사회장은 "대구 의사여러분,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싸웁시다"라고 호소했다. 200여 대구 의사들이 병원 문을 닫고, 진료를 마치고 달려와 선별검사소 검체 채취와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에 야간 당직을 자처했다.
나라 위기에 분연히 일어난 의병(義兵)처럼 전국에서 의료진 발길이 대구경북으로 이어졌다. 국방 의무에 매진해야 할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까지 대구를 돕기 위해 달려왔다.
환자는 넘쳐났고 의사의 일손은 턱없이 모자랐지만, 한의사에게는 봉사에 참여할 기회가 열리지 않았다.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로 선별검사소마다 장사진을 이룬 상황에서도 방역당국은 도움을 받겠다던 종전의 입장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비공식적으로 돌아온 대답은 "원론적으로는 한의사의 참여 권리가 있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와 함께 의료인들 간에 갈등의 소지가 있어 섣불리 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는 올해 임용할 신규 공중보건의 750명을 조기 임용시키면서 대구지역에 현장 의료인력을 보강했는데, 여기서도 한의사 출신 공보의는 빠졌다.
시도별 자원봉사센터에서 선별진료소 의료 지원단 모집에서도 한의사와 치과의사는 제외라고 명시했다.
'한의사 원천 배제' 엔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위의 성명이 선을 분명히 그었다. 의협은 "코로나19 환자에게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 치료를 시험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장사행위로 간주하고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체 채취를 돕겠다고 했지만, 의협의 공언대로 선별진료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검체 채취는 의사, 임상병리사 몫이라는 의료법 규정을 내세웠다. 한의대도 교육과정에 보건학, 예방관리학을 배우면서 검체 채취 실습을 한다.
사실 검체 채취에 고도의 테크닉과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현장에서 만난 의사들은 "환자 진료 대신 검채 채취에 많은 의사들이 매달려 인력 낭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의사들 중심인 '코로나 치료'에 한의사들이 절대 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너무나 짙게 깔려 있다. 대구한의대 한방병원이 병상을 비워 확진자를 받을 수 있다고 제의해도 의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걸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누적된 의·한 갈등의 깊은 골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결국 한의협은 자체적으로 대구에서 전화 상담을 통한 한약 처방에 나섰다.
의사들은 "코로나19 환자들은 대부분 경증인데 한약을 먹이고 회복이 되면 한약 효과라고 주장하며 국민을 속일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한의사들은 중국도 코로나19 진료지침에 항바이러스제 등과 함께 한약을 치료제로 명시했다고 반박한다.
전쟁터와 같은 대구의 방역 일선에 계신 모든 분께 고개가 숙여진다. 그들의 선의와 희생을 알기에 국민들은 진심어린 응원을 보낸다. 국민들은 의사든 한의사든 누구의 우월을 치켜 세우길 원하지 않는다. 이 와중에 다툼이 커질수록 '밥그릇 싸움'으로 불편하게 여긴다. 아직도 병상이 모자라 집에서 애태우는 환자가 1천명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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