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세상과 품격 있는 관계 맺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의료진,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가는 119소방대원, 마스크를 기부하는 일반시민들 등 수많은 품격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찡한 감동을 받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릇된 정보에 바탕을 둔 가짜뉴스와 혐오의 정서가 초연결 시대 디지털 연결망을 통해 순식간에 번지는 현실과 마주하기도 합니다. 첨단 과학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세상과 품격 있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요?

◆과학에도 품격이 있을까?

강양구의
강양구의 '과학의 품격' 표지

지구의 공전이나 바이러스의 특징 등 과학적 사실에 품격이 있을까요? 아마 없을 것입니다. 품격이 있다면 그것을 대하는 인간의 문제이겠지요. 강양구 씨는 황우석 사태의 진실을 최초로 보도한 과학 전문기자 및 저널리스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과학의 품격'에서 '과학 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과학 기술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여러 영역에서 관계 맺기의 가이드를 제안합니다.

세탁기의 보급으로 인간은 빨래에 들어가는 엄청난 노동에서 해방되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여성의 노동시간은 늘어났지요. 디지털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공유 경제는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자원을 약속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버는 저임금 노동시장을, 에어비앤비는 부동산 불로 소득을 양산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일상 속으로 다가올 미래에 로봇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요? 그 물음에 저자는 아이언맨 같은 히어로의 철갑 슈트보다 장애인과 손잡는 소프트 로봇, 웨어러블 로봇을 소개합니다. 또 산업 현장에서 인간과 협력하는, 인간을 위한 로봇의 모델을 보여주며 과학 기술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또 항생제, 유기농, 미세먼지, 핵발전소의 에너지 문제, 피부색에 대한 오해, DNA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의 양면성 등 다양한 내용을 흥미롭게 다룹니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과학 기술이 인간의 문제를 쉽게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에도 문제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저자는 과학이 품격을 가지게 될 조건을 얘기합니다. 그것은 과학 기술의 진보가 과학과 사람,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의 숨결이 가득하게 되고 모두의 것이 될 때라 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그런 생각에 따듯한 응원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신영복의
신영복의 '담론' 표지

평생 '관계'의 가치를 탐구하고 사람들에게 강의하신 고(故) 신영복 선생의 마지막 책 '담론'을 소개합니다. 통일혁명당 사건의 무기징역수로 20년 20일 복역 후 성공회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제자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옥중서한을 모아 펴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마지막 책인 '담론'까지 그의 모든 책이 저자의 의지보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와 추진으로 엮어진 겁니다. 그런 모습을 생각하면 선생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보다 평생 성찰의 자세를 견지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사람(人間)과 삶(世界)에 관한 인문학적 담론입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우리 시대의 스승'으로 수식되는 그의 사상과 만날 수 있습니다. 고전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핵심적인 틀인 '관계론'의 깨우침과 '자기 성찰을 통한 인성의 고양과 실천'이 그것입니다.

특히 책의 앞부분에 언급하고 있는 공부에 대한 정의는 너무나 간결하고 명료합니다. 자녀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 부모들에게 근본적인 깨우침의 일갈을 선사합니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학부모님이라면 직접 그 내용을 확인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에 기반한, 친근한 예시들에도 불구하고 두께만큼이나 깊은, 내용의 무게감으로 빨리 읽혀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장에 오래 쟁여놓고 틈날 때마다 다시 곱씹으며 읽어도 좋을, 보물 같은 소장품이 되기에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신영복 선생이 평소 좋아하여 책의 마지막에 언급한 글귀입니다. 이 구절처럼 우리가 독서를 통해 강물처럼 흘려보낼, 수많은 공감과 깨우침들을 삶의 길목에서 꽃으로 다시 만나는, 품격 있는 관계 맺기를 상상해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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