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상처 입은 국민에 文대통령은 얼마나 희망 주고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 '충남대구1 생활치료센터'에서 운영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 전국에서 일곱 번째로 지정된 충남대구1 생활치료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환자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센터다.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것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압도하는 희망 바이러스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못지않게 기승을 부리는 불안 바이러스도 막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의 타격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희망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희망·불안 바이러스'를 언급한 것은 코로나 사태 와중에 국민이 과도하게 불안해 하기 보다는 정부를 믿고 따라와 달라는 당부로 풀이된다. 미증유의 전염병 대재앙을 이겨내려면 불안을 떨쳐버리고 희망을 무기 삼아 분투하는 게 맞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문 대통령과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준 행태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종식' 등 낙관론을 펴다가 사태를 키우는 빌미를 제공했고 청와대 짜파구리 오찬으로 국민에게 상처를 줬다. 또한 문 대통령은 "전면 입국 금지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고도 바이러스를 막아내고 있다"는 등 툭하면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메뉴에 대해 말하자 참석자들이 웃음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연합뉴스

'마스크 대란' 등 문 대통령과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은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리얼미터의 3월 2주 차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3.1%포인트 내린 44.8%에 그쳤다. 반면 부정 평가는 2.6%포인트 오른 51.3%를 기록했다. 집단 감염 사례가 속속 나온 데다 마스크 5부제 시행에도 혼란이 여전한 것이 지지율을 끌어내렸다.

코로나 사태로 국민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자존심이 상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국민이 희망을 가지려면 문 대통령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자화자찬, 낙관론은 접어두고 상처 입은 국민의 마음을 보듬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민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방역은 물론 좌초한 경제 회복 등 코로나 사태 극복 방안들을 내놔야 한다. 이래야만 국민은 잃어버린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