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프랑스 덮친 '코로나19'…유학생이 전하는 교민 사회

카페, 레스토랑, 영화관 등 다중시설 긴급 폐쇄조치
치료 못 받을라 불안감에 유학생들 서둘러 귀국행
마지막 인사는 "집 나가지 말고 꼭 음식 쟁여놔" 로 바껴

15일 파리시내 한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려는 시민들이 몰려 있다. 작은 사진은 김가민(23·대구 수성3가) 베르사유 보자르 유학생.
15일 파리시내 한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려는 시민들이 몰려 있다. 작은 사진은 김가민(23·대구 수성3가) 베르사유 보자르 유학생.

코로나19가 유럽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15일 기준 유럽 전역에서 누적 확진자는 6만7천명, 누적 사망자는 2천300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섰고, 스페인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프랑스, 독일, 스위스, 영국 등 곳곳에서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속에 프랑스 유학생이 보내온 교민, 유학생 등 현지 분위기를 싣는다.〈편집자〉

코로나19가 유럽을 덮치고 있다. 하향세인 한국과는 반대로 유럽은 이제 시작인 듯 각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다. 15일 오후 10시 기준(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확진자 5천400명, 사망자 120명' 이란 속보를 홈페이지에서 라이브로 전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15일부터 슈퍼마켓과 약국을 제외한 카페, 레스토랑, 영화관, 나이트클럽 등 모든 상점을 폐쇄했다. 앞서 13일에는 에펠탑이 무기한으로 문을 닫았다. 유명 관광지인 베르사유 궁전도 썰렁한 모습이다. 수십대의 관광버스와 관광객으로 붐비던 광장에 대형버스 한 대도 없이 개별 관광객만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곳곳에서 식료품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 물과 우유, 계란 쌀, 스파게티 면 같은 종류는 연일 매진이다. 한 지인은 파리 시내 마트에 식료품을 사러 갔다 인파에 밀려 1시간 반만에 겨우 구입했다. 이마저도 물량이 부족해 조금밖에 못샀다고 했다. 필자가 머물고 있는 파리 외곽 베르사유의 일부 마트는 아예 문을 닫았다. 몇 군데를 돌다 겨우 찾은 슈퍼마켓에는 식료품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15일 베르사유의 한 슈퍼마켓 식료품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
15일 베르사유의 한 슈퍼마켓 식료품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

각급 학교에는 무기한 휴교령이 내려졌다. 필자가 다니는 대학에서는 4월19일까지 쉰다는 메일이 왔지만, 그 후 개강도 현재 분위기로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도 프랑스는 인권이 우선 이기에 확진자 동선은 공개하지 않는다. 때문에 재감염, 지역사회 감염 불안감에 교민들의 마음은 매우 심란한 상태다.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파리에서 마스크는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다. 유럽권 문화권에서 마스크는 예방목적이 아닌 환자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이미 감염된 사람이 타인에게 2차감염을 막기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기때문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프랑스 현지인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않아 교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주위 눈총 때문에 외출시에는 벗고 다녀야 한다.

15일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한 시민이 아이와 함께 쇼핑에 나서고 있다.
15일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한 시민이 아이와 함께 쇼핑에 나서고 있다.

손소독제는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지만 공급량이 부족해 구할 수 없는 상태이다. 어제는 교민들사이에 파리시내 약국에 비치된 마스크를 모두 수거했다는 소식도 나돌아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방학을 맞아 코로나19로 홍역을 치르던 대구에 머무르다 지난 9일 프랑스로 돌아 온 후 제네널리스트(일반 전문의)에게 의료증명서 발급을 문의했다. 하지만 "더 이상 새로운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프랑스에서는 이제 아파도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없는 상황까지 도달한 것 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다중시설 긴급 폐쇄조치 발표(14일)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급 반전해 유학생과 교환학생들의 귀국행이 잇따르고 있다. 함께 유학중인 친구 2명은 18일자 항공편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또 1명은 걱정하는 부모의 권유에 귀국을 결심했다.

지난 9일 인천발 파리행 항공기 내부. 여행객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인천발 파리행 항공기 내부. 여행객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복지제도가 비교적 잘 갖춰진 프랑스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한 의료현실은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갯속과 같다. 학업도 포기하고 귀국행이 잇따르는걸 보니 대구가 파리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생각이 필자만은 아닌듯 하다.

코로나19가 중국 우안에서 발생해 아시아를 중심 번진 탓에 동양인에 대한 시선은 날카롭고 예민해져 있다. 거리에서는 인종차별도 심심치않다. 일부 국가에서는 동양인 폭행기사까지 나오고있다.

김가민(23·대구 수성3가) 베르사유 보자르 유학생
김가민(23·대구 수성3가) 베르사유 보자르 유학생

어려운 상황이지만 동포애를 발휘하는 미담도 있다. 몸이 아픈 유학생을 보고 음식을 사다 현관앞에 두고 가는 사람도 있고, 마스크를 구할 수 없자 직접 면 마스크를 만들어 나눠주는 교민들도 있다. 서로 안부를 물어보다 마지막 인사는 "조만간 밥한끼 하자"에서 "나가 지말고 꼭 음식쟁여놔" 로 바꼈다.

이제 시작인 프랑스의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다시 관광객이 북적이고, 봄볕을 즐기는 프랑스의 일상을 기다리려 본다. 커져가는 불안감 속에서도 학업, 사업 그리고 생계를 이어나가는 교민들에게 따듯한 격려의 안부전화 한통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글·사진 김가민 프랑스 베르사유 보자르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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