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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박물관은 살아있다

박천 독립큐레이터

박천 독립큐레이터
박천 독립큐레이터

얇은 마스크 한 장이 변화된 일상을 대변한다. 다수의 상점들이 휴업을 하고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는 등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면들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생긴 현상들이다. 이와 더불어 사회 곳곳에서 웃지 못할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16일, 2주간 개강을 미루었던 대학들이 교문을 열었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았지만, 한 학기 동안의 학사일정과 여타 문제들로 인하여 개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수의 대학들이 비대면 강의, 즉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며 현재 사태에 대처하고 있다.

학생과 교수 모두 익숙하지 않은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다 보니 여러 실수담들이 등장한다. 강의를 진행하는데 교수가 마이크를 끄고 진행을 하여 학생들이 마이크를 켜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집에서 강의를 수강하다가 부모님의 꾸지람이 마이크를 타고 흘러가 수업을 듣는 모두에게 전달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대학가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에서는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했는데 회의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직원들이 상의는 셔츠, 하의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회의를 하는 후기들도 이어지고 있다.

변해가는 일상은 예술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공연예술 분야에서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온라인 공연 'DAC on Live'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초로 기획된 이 온라인 공연은 예정된 공연을 단순히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방식이 아닌 온라인 전용 공연을 기획 및 제작하여 시민들과 함께 호흡한다.

또한, 국내의 여러 미술관 및 박물관들도 온라인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가상현실(VR)을 이용하여 전시가 이뤄지기도 하고, 큐레이터들이 작품들을 설명하며 전시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미술은 특성상 전 세계의 온라인 전시를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범 지구적으로 유행함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 홍콩도 지난달 행사 취소를 발표했고, 이어 '온라인 뷰잉룸'을 통해 감상과 구매를 모두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현 사태에 대처하며 이번 행사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을 구축하는 방향 또한 검토 중이다.

이렇게 변화되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전시든 공연이든 현장성이 우선시 된다. 비대면으로 예술을 관람하게 되면 그 감동이 반감된다. 예술이 가지는 '아우라'가 사라지는 것이다. 예술이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리티가 사라지며 우리는 반쪽짜리 예술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실생활에서도 이어진다.

비대면 수업이나 회의 등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지 않는 상황은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는 이번 코로나19를 넘어 지난 사스, 메르스 등과 같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이다. 변화되는 일상은 새로운 문화와 생활양식을 만들어내겠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한 번쯤 고민을 해볼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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