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차별 돈 풀기보다 피해 극심한 대상 찾아 맞춤 지원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첫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50조원 규모의 비상 금융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출 원금 만기 연장, 대출금 이자 납부 유예 등의 조치를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이 무더기로 도산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소득주도성장 환상에 사로잡힌 문 대통령과 정부가 '돈 풀기' 위주 정책을 남발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미국 등이 '헬리콥터로 돈 뿌리기'에 나서고 있는데다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렇게 할 개연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경제 난국을 헤쳐나가려면 더 많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기본소득 지원이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현실적 방안이 없고, 그 효과마저 불분명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성 지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 사태로 극심한 피해를 본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과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대구경북을 우선 지원하는 맞춤형 대책이 타당하다. 도움이 시급한 대상을 우선순위에 두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

무차별적 돈 풀기는 재정 건전성이 무너지고 국가 신용도가 추락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40%를 넘어서게 됐다. 복지·사회 예산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를 재정으로 메워온 탓이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리 실정에 특화해 최대한 효율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완화와 획기적 경제 체질 개선이 선행하지 않는 한 돈 풀기는 경기 침체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경제 약자들에 대한 응급 지원을 우선하면서 과감한 기업 규제 해제, 세제 혜택, 유연 근로제 확대, 대출 요건 완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 그와 함께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 기조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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