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개학이 잇따라 연기되면서 현재 고교 3학년인 2002년생들은 어느 또래보다 굴곡진 학창시절을 겪게 됐다. 이들은 초·중·고교를 거치며 국내 주요 감염병 사태를 모두 겪었고 교육과정 변천사도 유달리 많은 세대라며 한탄하고 있다.

현재 2002년생의 인구는 49만6천여 명으로 처음으로 40만 명대로 떨어진 연령층이다. 이들이 거쳐온 과정은 풍파의 연속이었다.
이들이 처음으로 감염병에 노출된 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09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신종플루가 우리나라에 덮쳤다. 그해 5월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을 시작으로 신종플루에 걸린 학생만 최대 4만9천500명(2010년 11월 기준)을 넘어섰다. 감염병 재난단계가 '심각'까지 가자 전국 학교 500여 곳이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대부분 학교에서 안전사고를 우려해 수학여행을 취소하거나 당일 견학 등으로 대체했다. 때문에 현재 고3 학생 상당수는 초등학교 시절 수학여행 추억이 없다.
중학교에 진학한 이듬해 2015년에는 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경험했던 감염병의 공포를 다시 한 번 맞닥뜨리게 된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해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것이다. 이 당시에도 전국 학교 2천여 곳이 휴업에 들어갔다.
2002년생들은 잦은 교육과정 개정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2015년 중학교에 올라가자마자 자유학기제를 처음으로 경험했다. 자유학기제란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이고자 한 학기 동안 지필고사를 치지 않고 체험활동, 동아리활동 등을 장려하는 기간이다. 하지만 시행 첫 해인 만큼 학교에서 제공하는 진로프로그램 부실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 기간 과제와 수행평가로 오히려 학업 부담이 늘었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중3이던 2017년 고교 진학을 앞두고는 또 한 번 날벼락을 경험했다. 그해 8월 교육부가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골자로 한 '2021학년도 수능개편시안'을 발표하면서다. 당시 중3이 치를 수능 방식을 두고 여러 가능성이 나오면서 특목고, 일반고 등 고교 선택의 기로에 선 이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결국 교육부는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했고 논란은 사그라드는듯 했다.
하지만 1년 뒤 이들이 고1이 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되돌아 왔다. 2018년 고교 과정에 '2015 개정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됐지만 수능은 기존 교육과정 체제로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수능 개편안이 연기된 탓에 교육 과정과 수능에 엇박자가 생겼다는 지적이 일었다. 문·이과 통합이라는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따라 학교에서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은 배우지만 수능에는 들어가지 않는 기현상도 생겼다.
이들이 고3이 된 올해도 무탈하게 보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세 차례 연기되면서 사상 첫 4월 개학이 확정된 것이다. 중간·기말고사 일정 및 수능시험일 조차 정확히 나오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기회에 9월 개학을 제도화하자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고3 생활을 1년 반이나 해야 할 지경이라는 탄식마저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02년생 김정보(성광고 3학년) 군은 "유달리 우여곡절이 많은 학년인 것 같다. 내신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두고서도 여러가지 말이 있어서 혼란스럽다"며 "전국 고3이 다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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