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대구경북의 코로나19의 기세는 여전하다.
전화가 왔다. 상주에서 공장 주변을 배회하는 유기견 두 마리가 있는데 목줄이 살을 파고 들어가 고통스러워 하고있다는 상담이였다. SBS 'TV 동물농장'에서 자주 방영되던 안타까운 구조 상황이었지만 당장 외부의 동물보호단체들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의뢰인이 유기견들을 달래어 구조하고 인근 동물병원에서 목줄을 제거하는 응급 수술은 받았지만 그 상처가 너무 심각하여 필자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으로 재차 이송하게 되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잠시 해프닝이 있엇다. 의뢰인이 유기견의 이름을 코로와 로나로 등록하셨기 때문이다. 위트있는 호칭에 예민해져있던 스텝들도 웃으며 코로와 로나를 더 애틋하게 돌볼 수 있었다.
둘다 같은 종류의 목줄에 의해 유사한 상처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코로와 로나는 한배 강아지로 추정된다. 강아지 때 주인이 목줄을 묶어 두었다가 방치된 것이었다. 주인의 방임이 얼마나 잔인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목줄이 옥죄어져 살을 파들어가며 형성된 넓은 피부 괴사 부위는 한번의 수술로 완치가 어려웠다. 감염을 방지하며 살이 차오를 때 까지 하루 2번 아픈 상처를 소독하고 재생 붕대를 교체해야 했다. 목줄로 인한 아픔 만큼이나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높았었던 코로와 로나도 치료가 반복되자 이제는 수의사들에 대한 경계심이 누그러지며 상처를 내어주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어릴 적 내 기억 속의 개를 떠올려보았다. 흰둥이, 뽀삐라 부르며 마당을 뛰어다니던 모습이 그려지더니 이내 마음이 아려진다. 그 개들의 마지막 모습들이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개는 아이들의 노리개이자 집지킴이었고 어느 순간 경제적으로 도움되는 가축이었던 것이었다. 2020년,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40년 전에 개를 가축으로 대하던 관습이 남아있다는 현실이 부끄러워진다

마당에 묶여진 개는 좁은 철장에 갇힌 개들 만큼이나 불안해한다. 묶어둔 개가 자신을 반긴다고 개를 잘 보살피고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취급하고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 부모는 처벌받는다. 개를 묶거나 가두어 최소한의 권리마저 제한하는 소유주는 동물학대 행위로 처벌받아야 한다. 과거의 보편적인 관습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인간답지 않은 행동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이유는 명백하다. 생명에 대한 배려가 인간다움이기 때문이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잠재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해치는 반사회적 범죄자로 발전할 경향이 높다는 미국 FBI의 지침도 과거보다 더 엄격하게 동물을 학대하는 관습들을 개선시켜 나갈 근거라 할 수 있다.
개를 묶어 키우는 관습이 더 이상 보편화 되어서는 안되며, 본의 아니게 개를 학대하는 소유주로 비난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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