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왔는데 거리에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걸 보고 심각성을 실감했어요. 힘 닿는 데까지 돕고 싶어요."
코로나19로 생긴 중증환자 돌봄 사각지대의 구멍을 자원 간병인들이 메우고 있다. 환자 상당수가 코로나19 확진이거나 접촉자인 탓에 간병인들도 격리된 채 같이 생활해야 한다.
이들은 격리 중인 중증환자 곁에 24시간 머물며 묵묵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간병인은 환자 간호 외에도 식사, 배변, 목욕, 산책 지원, 병실 및 침구류 소독 등 일상 생활 전반을 책임진다.
서울에서 온 A(32) 씨는 지난 12일 대구사회서비스원을 통해 간병인으로 자원했다. 그는 최근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남구의 한 병원에서 70~80대 뇌경색 환자 2명을 돌보고 있다. 2명 모두 확진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접촉자인 탓에 A씨가 오기 전까지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A씨는 "어르신 병 시중을 들고 말동무 역할도 하고 있다. 이제는 부쩍 친해져 어깨를 주물러 달라거나 다리 마사지를 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부터 코로나19에 걸린 치매환자를 돌봤다는 B(46) 씨는 "요양보호사가 오지 않아 환자 자녀들이 환자를 돌보다 고열로 격리됐다"며 "이후 환자를 돌볼 사람이 없었고, 기쁜 마음으로 그 자리를 메웠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지난 14일부터 치매환자를 돌보고 있다는 C(20) 씨 역시 "청도 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많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청도에 와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충남에서 온 그는 "식사 준비, 하루 두 차례 증상 확인 전화, 기저귀 갈기, 샤워까지 하고 나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며 "환자가 낯가림이 심했는데 지금은 자주 웃어줘 뿌듯하다"고 했다.
환자의 가족들은 친자식처럼 환자를 돌보는 이들이 천사나 다름없다. C씨가 돌보고 있는 환자 가족은 "지난 14일 코로나19 무증상 확진 판정을 받자 마자 어머니가 병원에 격리됐다"며 "어머니를 모시지 못해 걱정이 컸는데 C씨가 매일 어머니의 식단과 몸 상태를 살뜰히 챙겨주고 알려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환자에겐 도움을, 환자 가족에겐 안심을 주는 일에 보람은 크다. 그러나 24시간 간병은 말이 쉽지 여간 고되지 않다. 간병인들은 특히 격리와 이동제한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실천하기가 큰 고역이라는 것.
A씨는 "병원 전체가 봉쇄되다 보니 모두 '창살 없는 감옥'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한다"며 "탄산음료를 하나 사 마시러 나가지도 못해 갑갑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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