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신 이정숙(61) 씨는 한 달 넘게 어머니를 못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병원 면회가 전면 금지되면서다. 이 씨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간식만이라도 보내려 했지만 병원에서 모든 외부 음식과 물품 반입을 못하게 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이 씨는 "어머니가 자식 얼굴도 한 번씩 못 알아볼 때가 있어 지금은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요양병원 확진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너진다. 혹시나 감염이라도 되면 이대로 자식 얼굴도 한 번 못 보고 가실까 봐 두렵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가족과 생이별을 겪는 이들이 부모, 자식을 향한 애타는 그리움을 호소하고 있다. 요양병원에 있는 노부모, 타지에 사는 손주 및 자녀와 한 달 넘게 만나지 못하면서 '코로나 이산가족' 처지에 놓인 것이다.
꿈에 그리던 손주가 태어났지만 여태껏 품에 한 번 안아보지 못 한 경우도 있다. 박준규(65)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에 사는 장남 내외가 첫아이를 얻으면서 할아버지가 됐다. 하지만 조산아로 태어난 손자가 인큐베이터 안에서 각종 호스를 꽂은 채 있던 모습이 아이를 본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지난 설에는 한 달도 안 된 아이가 찬바람을 쐴까 걱정돼 절대 내려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다 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바람에 손자를 볼 기회는 더욱 아득해졌다.
박 씨는 "얼마 전 아들이 아이 100일을 맞아 기차표를 예매해 줬지만 취소시켰다. 괜히 얼굴 한 번 보겠다고 올라갔다가 내가 걸린 줄도 모른 채 어린아이에게 옮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 코로나가 더 없이 야속하다"고 했다.
타지에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방학임에도 아이를 가까이서 챙겨주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손모(44) 씨는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축구부로 활동하는 아들을 지난 2월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대구에 오면 반드시 자가격리를 2주 간 해야 돼 훈련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매주 아들을 보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이는 게 낙이었던 손 씨는 부모 도움 없이 홀로 기숙사에서 지낼 아들을 생각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손 씨는 "아직 어린 데다 운동을 하는 아이라 식단 구성, 컨디션 조절 등에 엄마 손길이 필요하다. 운동부 엄마로서 할 일도 있는데 아무 뒷바라지도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자녀들은 자식된 도리조차 못하고 있다며 한숨 짓고 있다. 5남매 중 장남인 이모(52) 씨는 다음 달 예정된 선친의 제사를 올해 처음으로 본인 식구들끼리만 지내기로 했다.
이 씨는 "모이지 말자는 말을 먼저 꺼내기 어려웠지만 다행히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제사 때라도 모두 모여 아버지가 살아계시던 시절을 떠올리곤 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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