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온라인 개학' 시범수업 혼란…"교육부, 구체적 대책" 청원도

담임교사 온라인 시범수업 뒤 "가짜 '완강', 출결 확인, 늦잠 학생 발열체크로 부모에 연락까지"

1일 오전 광주 북구 서강고등학교에서 오는 9일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초중고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교사가 온라인 시범 수업을 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원격수업 연구 시범학교인 서강고, 대촌중, 지산중, 송정초 등 4개 학교에서 시범 수업을 진행해 성과를 전체 학교에 전파한다. 연합뉴스
1일 오전 광주 북구 서강고등학교에서 오는 9일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초중고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교사가 온라인 시범 수업을 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원격수업 연구 시범학교인 서강고, 대촌중, 지산중, 송정초 등 4개 학교에서 시범 수업을 진행해 성과를 전체 학교에 전파한다. 연합뉴스

2일 충북 한 고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 A(30) 씨는 오는 9일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온라인 시범수업을 실시한 뒤 '학습 공백' 우려가 커졌다.

전날 A씨는 학교가 지정한 EBS 온라인클래스를 이용, 온라인 시범수업을 했다. EBS에서 제공하는 강의 영상을 1교시 수업 시간에 등록한 뒤 담당 수업 학급 학생들이 제대로 접속하고 끝까지 수업을 듣는지 모니터링했다.

온라인클래스에는 로그인해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의 최초 접속 시간과 접속 마감 시간이 자동으로 기록돼 수업 출결 현황, 수업 '완강'(수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들음)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학생에 따라 1교시에 접속하고도 서버 오류로 '결석'처리되거나 영상이 중도에 종료되고, 영상을 마지막 부분으로 넘겨 들어 최초 접속부터 접속 마감까지 수초~수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완강' 처리되는 사례가 잇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맡은 수업은 두 교시에 그쳤지만, 자신이 맡은 반 학생들이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는지 하루종일 모니터링하는 불편도 있었다. 이 학급 수업을 맡은 다른 교사들이 "OOO 학생이 결석했다. 연락을 좀 해달라"고 요청해오는 바람에 컴퓨터와 전화기 앞을 떠날 수 없었던 것.

매일 아침 학생들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해 기상 시간 발열 등 건강체크도 했다. 그러나 늦잠 자거나 휴대전화가 꺼진 학생이 여러 명 있어 그 부모에게 연락해 학생을 깨우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A씨는 음악, 체육, 미술 등 예체능 과목 경우 온라인 수업하는 기간 수행평가를 할 수 없는 점도 우려했다. 학생이 과제로 제출한 실기물은 수행평가에 활용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실기평가가 불가능하다 보니 개학 후에야 수행평가를 몰아서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동료 교사들 말이다.

A씨는 "맞벌이 부부 자녀는 할머니 집에서 수업을 듣느라 집에 컴퓨터가 없거나,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학생도 많았다. 평소엔 수업 시간마다 집중도를 높이고자 휴대전화를 걷고 수업했지만 지금은 수시로 연락해야 해 학생들이 딴짓을 할 우려도 높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개학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너무 급하게 추진한 것 아닌가 싶다. 차라리 학급을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매 시간 최소 인원만 등교시키거나 고3만이라도 학교에 등교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일 등록된 온라인 개학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1일 등록된 온라인 개학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비슷한 취지로 교육부 차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게시물이 등록됐다.

지난 1일 '교사들은 온라인개학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교육부에게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작성자는 "교육부는 온라인개학과 관련하여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놓지 않았고, 9일 온라인 개학 시 많은 불안과 혼돈 및 그 이후의 대책에 대한 마련이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와 EBS의 협업을 통한 전 과목 공통 컨텐츠 제작 ▷시범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 현장 파악 ▷각 플랫폼별 서버 확장 및 EBS 플랫폼 적극 활용유도 ▷중등 교육과정의 '모든 교과마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제시 ▷모든 학교에 온라인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장비 마련 ▷온라인수업이 1학기 끝날때까지 지속될 경우에 대한 교육부차원에서 전 과목 평가 가이드라인 제작 ▷동아리 활동이나 자율활동 등 이수시간 조정 ▷예술고,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실습위주의 수업으로 학교 특수성이 있는 학교들에 대한 온라인 수업 방안 제시 등을 요구했다.

그는 "(교육부가) '교사들 역량을 믿는다'라고 하셨으니 교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시고, 제발 현장교사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 달라"고 청했다.

이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5만1천 건의 동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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