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 달 매출 29만9천원" 김광석길, 코로나에 망연자실

대구 김광석길 기념품 가계…매장 월세 150만원 지출 막막
두 달 버틴 후 폐업 결정할 것…단체관광객·외지인 방문 실종
상인들 "조금씩 침체되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직격탄"

2일 오후 대구 중구
2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에서 기념품 판매 가게를 운영하는 윤종호씨가 코로나19 사태로 2~3월 판매 건수 27건, 2개월 매출액 총 29만9천원이 찍힌 판매 집계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이하 김광석길)에서 기념품 가게 '예솔아트'를 운영하는 윤종호(61) 씨는 계산대 앞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캘리그라피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수첩이나 열쇠고리 등 기념품을 만드는 윤 씨는 작업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크게 줄면서 생긴 제품들만 쌓여 있었다.

윤 씨는 2월과 3월 합쳐 매출이 30만원도 안된다고 했다. 그가 내민 2, 3월 매출전표에 적힌 매출 총액은 29만9천원, 매출건수는 27건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5천원 어치도 팔지 못한 셈이다. 수익은 고사하고 매장 월세 150만원을 내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윤 씨는 "2017년부터 김광석길에서 장사를 했는데 지금처럼 손님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다. 작년에도 조금씩 상권이 침체되더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며 "전기 사용료가 월 28만원 정도 나오는데, 아예 가게 문을 닫는 게 낫다는 생각에 장사를 하지 않은 적도 있을 정도다. 두 달 정도 버텨보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폐업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의 대표 관광코스 김광석길이 좀처럼 예전의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따금씩 마스크를 쓴 채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보였지만 외국인 단체관광객은 물론이고 사진 찍기에 바쁜 외지인 방문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문을 닫은 채 주말 영업만 한다는 안내문이 붙은 가게도 있었다.

상인들은 매출 감소에 더해 코로나19를 이유로 공연장이 문을 닫고 버스킹 공연까지 열리지 않으면서 김광석길 특유의 분위기도 사라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광석길 인근 카페 주인 A씨는 "그렇잖아도 김광석길이 동선이 짧고 자체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는데 지금은 버스킹도 없고 공연장도 운영하지 않으니 평범한 상권과 큰 차이가 없는 느낌"이라며 "매출도 절반 이상 줄어 우울해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광석길은 외지인 방문이 유독 많은 곳이어서 타격이 더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방문객의 64.5%가 외지인이었다.

김광석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몇 달 전만 해도 하루 평균 30만원 정도 팔았는데 지금은 10만원이 채 안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답답해서 나오는 시민들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멀리서 오는 손님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대구에 대한 외지인 인식이 오래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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