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지난달 30일 밝히고도 며칠이 지나도록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 국민을 소득 기준으로 줄을 세워 하위 70%를 가려내 지원 대상을 정한다는 정부 방침이 근본적으로 여러 부작용과 후유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실상과 현실 여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정책 철학 없이 졸속으로 정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엇보다도 소득 하위 70%를 선별하는 데 너무 많은 행정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소득에다 재산을 함께 반영하기로 함에 따라 토지, 주택, 자동차, 전월세 임대소득 등 환산해야 할 변수가 너무나 많고 복잡해졌다. 게다가 하위 70% 선별 잣대가 자영업자는 재작년 소득, 급여생활자는 작년 소득인 점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이 지금 겪고 있는 경제적 피해와 소득 상실을 보전해주겠다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긴급재난지원금 배분은 속도가 생명인데 정부 방식대로라면 하세월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소득 하위 90%를 대상으로 삼았다가 첫해 행정비용만 1천600억원이 들어가면서 보편 지급으로 급선회한 아동수당 전철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웠는가. 국민 70%를 대상으로 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행정비용과 시간이 아동수당에 비할 바 아니다. 소득 상위 30%에게 가는 지원금이 아까워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을 감수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기 그지없다.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계층의 불만과 사회적 갈등을 부를 게 뻔한 정책을 밀어붙여선 안 된다. '가진 사람'에 대한 현 정권의 적대심이 이번 정책에도 반영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길 없다. 폭발력이 큰 정책을 정부가 충분한 검토와 숙의 없이 성급히 내놓은 것이 다분히 총선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왕 긴급재난지원금을 줄 요량이라면 차라리 전 국민에게 선(先)지급한 뒤 고소득자의 경우 내년 초 연말정산을 통해 후(後)회수하는 방식을 시행하는 게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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