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구의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대구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폭발적으로 환자 수가 증가한 뒤, 최근 조금씩 사태가 진정되어가는 전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시민들과 의료진, 방역 당국의 노력에 힘입어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보다 격리해제되는 환자 수가 더 많아졌다.
다만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2월 18일 이후 대구에서 코로나19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하는 재난 상황에서 대구에서 근무하는 대다수의 응급의료진은 코로나19 환자들에 대한 검사, 치료 제공과 함께 이로 인한 급성심근경색, 급성기 뇌졸중, 중증 외상, 급성 심정지 등 주요 응급환자들에 대한 응급의료 공백 발생을 많이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구의 주요 응급의료센터들도 미처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의 응급실 유입으로 인해 2차 감염 예방과 응급실 방역, 소독을 위해 응급실 폐쇄가 불가피하게 발생했다.
또 사회의 모든 관심이 감염병 유행에 집중되면서 시설, 인력, 장비 등 의료 자원이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우선 투입되면서 중증 응급환자들에 대한 진료 역량이 평상시에 비해 저하되어 응급의료 제공에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경험했다.
하지만 병원들의 빠른 대처와 함께 2월 마지막 주부터 3월 말까지 한 달간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을 때 대구 주요 응급의료센터에는 중증 응급환자들이 주로 내원하였고, 경증 환자들의 응급실 방문 숫자가 현저히 줄어 이러한 응급의료자원 공급과 수요 간의 불균형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2주 전부터는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전에 보이지 않던 환자들이 내원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음주 후 넘어져 얼굴 열상으로 내원하는 경우다. 가뜩이나 어려운 응급실 운영과 발열 환자나 호흡기 증상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응급실 공간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특히 음주로 인한 경증 응급환자들의 응급의료자원 소비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이러한 환자들의 방문은 중증 응급환자들에게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결코 안전 지역으로 볼 수 없는 응급실에서 경증 응급환자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상황은 진정되고 있는 국면이나 위험 요인들이 여전히 잠재하고 있다. 해외는 아직 정점에 다다르지 않은 상태인 경우가 많고, 일본은 도쿄 등 일부 지역에서 최근 환자가 급증하면서 사태가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대한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응급의료자원과 제공 능력이 이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중증 응급환자들에게 집중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예방 가능한, 특히 음주와 관련한 손상 발생을 줄이는 것이 절실하다. 두 달가량 지속된 움츠린 생활로 인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5년 전 국내에서 발생했던 메르스는 병원 감염이 대부분이었고, 지역사회 전파는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 종결까지 8개월가량 걸렸다.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대구 시민, 이웃을 위해 시민들의 더 많은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 대구 시민 여러분, 조금만 더 참읍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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