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고에도 긴급생계지원 'NO'…대구 법인택시 기사들

기본 운송 수입금 채우는 건 ‘하늘의 별 따기’
긴급생계자금 지급기준 미달인 기사들도 40%
대구시 “어려움 이해하지만 마련된 지원책 없어”

12일 오전 10시쯤 동대구역 택시 승강장에서 약 50대의 택시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배주현 기자
12일 오전 10시쯤 동대구역 택시 승강장에서 약 50대의 택시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배주현 기자

12일 오전 10시쯤 동대구역 앞에는 택시들이 길게 늘어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대 중 9대는 개인택시였다. 법인택시는 드물었다. 어렵사리 만난 한 법인택시 기사는 "여기서 하염없이 기다리다가는 기본 운송 수입금도 못 채우기 때문에 거리를 계속 다니며 손님을 찾아다녀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구시내 법인택시 기사들이 생활고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로 기본 운송 수입금을 채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생존자금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기본 운송 수입금 채우기는 지상 과제가 된 지 오래다. 거리를 돌아다녀도 손님이 없는 건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회사에 하루마다 기본적으로 납부해야 할 운송 수입금 16만원 채우기도 여간 벅찬 게 아니다. 월급도 적을 수밖에 없다.

법인택시 기사 A(62) 씨는 "새벽 5시부터 일했는데 고작 3만원 벌었다. 요즘은 10시간 이상 일해도 5만~6만원 버는 게 전부"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법인택시 업계와 법인택시 기사들에 대한 대구시의 지원책은 없다. 고정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줄도산 위기라는 법인택시 업체들은 대구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구본부도 지난달부터 법인택시 기사들에 대해 3개월 간 월 150만원씩 긴급생계지원을 대구시에 요청했지만 아직 답이 없다.

생계가 어려운 법인택시 기사들이 유일하게 기댈 곳은 '긴급생계자금'뿐이다. 하지만 이것도 받지 못하는 택시기사가 상당수다.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구본부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 40%는 신용불량자고, 30%는 거주지가 없어 회사에 주소지를 두고 숙식을 해결하는 1인 가구인 등 주거 불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웅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구본부 조직정책국장은 "소상공인 지원에서 제외되는 공연예술단체도 대구시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개인택시 기사들은 대구시의 생존자금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법인택시 기사들은 제외돼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허종정 대구시 택시물류과장은 "현재까지 법인택시업체나 기사 지원과 관련해 결정된 건 없다"며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택시물류과에서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계속 건의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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