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가사의 인도]인도인의 눈에 비친 한국 여행객

이도수 경상대 명예교수
이도수 경상대 명예교수

인도인으로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아 인도 현지 여행 가이드로 일하는 Guru Bandhi 씨는 해학적인 말을 곧잘 한다. 그가 한번은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외국인들은 비싼 여행비를 들여 인도에 와서 낯선 인도 문화를 구경하지만, 인도인들은 인도를 찾는 세계 각국 관광객의 쇼핑 문화와 여행 에티켓, 관광지 둘러보기 습관들의 차이점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니 굳이 해외로 갈 필요가 없다는 말을 농반 진반으로 이야기했다.

그럼, 인도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들의 관광과 쇼핑 문화가 어떨까 궁금했다. 인도인 Guru Bandhi 씨는 한국인들은 자기도취에 빠져 과시욕이 심하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관광지에서의 인도 잡상인들은 한국인들의 쇼핑 심리를 꿰뚫어보기에 한국 관광객을 첫째 표적으로 삼는다.

그는 필자에게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의 차이점을 쇼핑 문화를 예로 들며 이야기했다. 일본인들이 한국인들보다 주머니 사정이 더 좋지만 그들을 절대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 일본 관광객들은 중국이나 인도 여행에서 가급적 현지 물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일본인은 백화점이나 시장, 식당 어디를 가든 정찰제 문화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 현지 식당은 입구에 손님이 식당에 들어가지 않아도 음식 메뉴마다 요금표을 붙여 놓아 가격의 투명성과 정직성을 강조한다.

음식점 안에 들어가 메뉴판을 자세히 보면 반찬이 모자라 추가 주문할 경우의 가격까지 표시되어 있다. 일본인들은 모든 것이 실용적이고 합리적이다. 정직을 생명으로 여기는 일본인들은 중국이나 인도에서 부르는 값에서 반값으로, 또 반의 반값으로 파는 상업 문화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런 상거래 문화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잘 걸려들기에 인도나 중국 잡상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객이 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한국인들이 그런 문화에 잘 적응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 관광객 중 일부는 상인들이 제시하는 상품 가격보다도 더 할인가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인도에서 여행자들을 상대로 한 기념품 가게에 가보면 온통 한국인 고객뿐이다. Guru Bandhi 씨는 필자에게 한국인들의 이런 소비 풍조에 대해 궁금해 했다.

필자는 그에게 초창기 한국민의 해외여행 풍토에 대해 이야기했다. 1970, 80년대 대한민국이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국민들이 시선을 서서히 해외로 돌리게 되었다. 19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해외 국가들과의 교류가 잦으면서 해외여행 붐이 일었다. 해외여행 초반기에는 휴양이나 힐링 등 해외여행이 주는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관광지 방문이나 상품 구매에 관심이 많았다.

일부 몰지각한 국민들이 해외여행 시 현지 방문국의 에티켓 준비도 없이 한국식 놀이 문화나 습관을 보이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중국 식도락 관광, 동남아 성문화 관광, 일본 밥솥이나 전자제품 구매를 위한 싹쓸이 쇼핑 관광 등이 한동안 세계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필자가 해외여행 중 직접 겪은 일본과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문화에 대한 상반된 일화 한 토막을 이야기해 주었다.

1990년대 말 홍콩항 앞바다의 호화 선박 빅토리아호 선상 맥주홀 무대에서 악사들이 각국의 유행가를 연주하며 여행객들이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르며 즐길 수 있는 여흥의 시간을 가졌다. 맨 먼저 중국 음악을 연주하며 중국 노래를 부를 희망자를 받았는데 겨우 한 사람이 나와 노래 한 곡을 부르고 들어갔다. 그다음은 일본 음악을 연주하며 노래 부를 사람을 찾았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그다음으로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이라는 멜로디가 울려 퍼지자 무대 위에는 몰려 나온 한국 여행객들이 합창하고 춤추기도 하고 사회자에게 팁을 주면서 신청곡을 부탁하는 경쟁이 붙었다. 결국 그 유흥마당은 한국인들의 독무대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날 거기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상 위 맥주홀에는 일본 여행객이 한국 여행객보다 더 많았다. 일본인의 가라오케 발상이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보여준 신바람 문화에서 착안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세월이 흘러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한국민의 여행 문화도 다양화되고 의식 수준도 높아졌다. 과거 추억의 한 페이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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