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코로나19에 드러난 중증장애인의 가혹한 시련

이강창 경상북도 복지건강국장

이강창 경상북도 복지건강국장
이강창 경상북도 복지건강국장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거센 폭풍 속에 갇혀 있다.

경북에서도 2월 19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꼬박 두 달간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는 장애인들도 함께했다. 도내 지체장애인협회, 교통장애인협회, 장애인권익협회, 시각장애인연합회, 장애인복지시설협회 등의 회원들은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전달해 왔다. 또 예방적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중인 장애인거주시설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크고 작은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재가 장애인들이 거주시설 장애인을 이렇듯 격려하고 후원한 사례는 처음이다.


코로나19는 모두의 일상생활을 마비시킬 만큼 큰 불편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보고, 듣고, 이동하는 데 제약을 받는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차원이 다르다. 특히 중증장애인들은 혼자서는 의사소통, 식사, 이동 등 거의 모든 일상생활이 어렵다. 마스크 하나 사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고 몸에 이상이 있어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 전에는 검사받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활동을 보조할 사람도 없이 자가격리라도 되면 감염병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곤란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아야 한다. 2019년 말 기준으로 도내 장애인은 18만898명, 이 중 심한 장애를 가진 분이 37%에 이른다. 얼추 6만여 명의 장애인이 이러한 위험에 맞닥뜨릴 수 있는 셈이다.


중증장애를 가진 분들은 감염이 확진돼 입원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들은 발달장애 등 중증장애인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소통이 가능하더라도 밀착하여 일상적인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증장애인 한 분이 격리병동에 입원하려 하자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호자 없이는 어렵다는 사례가 있었다. 결국 해당 장애인 거주시설의 감염되지 않은 재활지원교사가 격리병원에 동행해 장애인을 돌봤다.


장애인이 격리되거나 보호자의 입원 등으로 돌봄이 어려울 경우는 '긴급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는 지침이 마련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감염에 노출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어떤 '활동지원인력'이 시급 1만3천원 남짓의 위험을 감수하고 나설 수 있을까? 중증장애인을 고려한 감염병 대처 매뉴얼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장애인들은 위험한 재난 상황에서 더 위험에 빠지기 십상이다. 정보를 제때 전달받지 못하거나 정보를 알아도 혼자 힘으로는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를 경험으로 일상생활에서든 재난 상황에서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삶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당연시돼야 한다.


마흔 번째 '장애인의 날'이다. UN이 1981년을 '세계장애인의 해'로 정하자 우리 정부에서도 그해 4월 20일을 '제1회 장애인의 날'로 기념한 지 40년,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 1972년 4월 20일부터 '재활의 날'을 기념한 지 50년이 다 됐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의 위중한 상황에서 장애인이 처한 열악한 환경이 우리의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우리는 이 위기도 딛고 일어날 것이다. 많은 성과 못지않게 과제도 남길 것이다. 성과는 지키고 과제는 반드시 해결해서 이번과 같은 위기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확실한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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