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야당 복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요즘 미래통합당의 심경을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멘탈 붕괴'일 듯하다. 이번 총선 결과는 가히 궤멸적 패배다. 게다가 2016년 총선,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 이은 네 번째 패배다. 물론 지역구 전체 득표율 면에서 통합당이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지는 않았다.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이 얻은 총득표 수는 1천434만 표 대 1천191만 표로 243만 표 차이가 났을 뿐이다. 득표율도 49.9% 대 41.5%로 8.4%포인트(p)에 불과하다.

하지만 양당이 얻은 지역구 의석은 163 대 84로 거의 더블 스코어다. 승자독식 구조인 소선거구제도 때문이다. 3%p 이내 박빙 승부로 당락이 엇갈린 선거구가 24곳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통합당이 부동층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면 양상은 지금과 사뭇 달랐을 것이다.

통합당은 지금 앞이 안 보일 수 있다. 짚어보자. 30~35%에 이르는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은 여전했고 TK·PK도 거의 석권했다. '보수 분열=필패'라는 위기의식에 따라 보수 대통합으로 외연도 확장했다. 그런데도 선거에서 크게 졌다. 이유는 많다. 정권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득세한 점, 코로나19 사태가 경제 실정 등 여타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점, 선거 막판 막말 악재가 터져나온 점 등등.

하지만 모두가 표면적 접근일 뿐이다. 보다 심층적인 이유는 인구 구조의 변화다. 우리나라 인구는 보수세력이 선거에서 이기기 힘든 구조로 차츰 변하고 있다. 진보 진영 지지자들이 늘고 있다는 말이다. 이들에게는 조중동 등 레거시 미디어의 어젠다 세팅이 먹혀들지 않는다. 극우세력과의 공동전선 구축은 강경 지지층에게만 유효했을 뿐 중도층 마음을 떠나게 만들었다.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대응할 비전과 전략을 만들지 못하면 통합당은 향후 선거에서도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모든 악재들을 웃도는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보수 내부 모순에 대한 둔감함이다. 하지만 통합당은 여전히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복' 하나는 타고났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당명 바꾸는 식의 '쇼'가 해법의 전부라면 집권 여당의 야당 복은 계속될 것이다. 사람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해법의 출발은 거기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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