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코로나19 사태의 변화에 따라 나와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전에는 동아시아 지역 이외의 외국 사람들을 만나면 대부분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북한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정도가 다였다.
물론 한류에 관심이 있거나 한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호감도 있고 경제발전상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었지만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외국인들 중 다른 나라에 별로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일반인은 한국의 브랜드, 경제 규모, 언어, 문화, 역사 등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다. 어떤 때는 한국이 중국어를 쓰는지 묻는 외국인도 있었다.
코로나19가 한국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대구지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대구에 대해 부정적인 위험 지역으로 인지했다. 예정된 외국 바이어와의 미팅들이 갑자기 취소되기도 하고 설령 어렵게 미팅을 하더라도 그들이 나를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번은 외국인 바이어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다 그가 농담으로 "미스터 김, 대구에서 온 것만 아니면 괜찮아요"라고 말한 후 그가 내 명함에서 대구를 발견하고 정색하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외국에서 누구를 만나 한국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웠던 시기였다.
그러나 한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외국 현지 뉴스에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외국의 지인들과 통화하면서 들은 이야기로는 현지에서 한국의 성공적 바이러스 대처에 대한 뉴스가 자주 나오고 있으며, 그동안 한국에 대해서 잘 몰랐던 현지인들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위기 속에서 사회와 이웃을 위해 스스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재기 없이 차분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놀라워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이번 위기 극복 과정에서 치료와 방역을 위해 헌신한 의료진 및 공무원, 그리고 차분히 사회적 약속을 지키며 공동체를 위해 질서를 따른 국민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오면서 제일 위험한 곳으로 낙인찍혔고, 이에 얼마나 많은 대구시민들이 말 못할 가슴앓이를 했던가? 다른 외국 도시 같았으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는 확진자 수로 인해 두려움에 떨고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불가능했을 터인데, 이를 인내하고 차분하게 대응한 대구시민들의 모습은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일이다.
최근 외국 지인들을 만나서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그들은 한국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고 한다. 연예인 및 스포츠 스타가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한국에 대한 '호감'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국가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어떤 국가에 대한 신뢰와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축적된 노력과 결과물이 쌓여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짧은 시간에 신뢰와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향후 해외시장에서 한국이 선진국 제품과 경쟁할 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아직도 외국의 소비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고가 제품으로 유럽산과 일본산을 떠올린다.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가 예전에 비해 많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가격에서는 중국산과 비교되고 기술과 품질에서는 선진국들과 비교되면서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세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한국산 제품과 기술에 대한 상당한 믿음이 생겼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것을 잃고 앞으로도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는 말자. 우리에게는 앞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는 프리미엄이 생겨 세계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역발상을 통해 대구는 최악의 바이러스 위기 속에서도 훌륭하게 극복한 '의료산업이 강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키고 활용하자. 그리하여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에 위치한 의료산업 분야 기업들이 '대구'라는 브랜드를 달고 더욱 성장하게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대구경북이 글로벌 첨단의료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기를 바란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