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것과 특별한 것은 서로에게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그 무엇이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도 하고 그저 그런 평범한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의 정의를 함부로 내릴 수 없다.
'나'에게 오늘은 평생 잊지 않고 추억할 날이지만, '당신'에게는 잊고 싶은 악몽 같은 '오늘'일 수도 있다. 그 오늘이 매년 돌아올 때마다 누군가는 추억하고 누군가는 힘에 겨운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이 올해로 6주기를 맞이했다. 유가족들에게 '그만해라', '잊어라'는 말들은 이미 굳어버린 그들의 심장에 대못을 박는 일이다. 무엇을 그만하고 무엇을 잊으란 말인가. 평범한 '한사람'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마냥 평범한 사람은 없다는 소리다.
어떤 사건이 누군가에게는 일생을 결정짓는 무엇이지만, 누군가에겐 지나치는 일상일 뿐일 수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이 거짓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거나, 칸트나 헤겔의 학문적인 모순들을 재론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진실이건 거짓이건 아픈 건 아픈 것이고, 슬픈 건 슬픈 것이다. 잊으라, 잊지 말라는 말은 평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그냥 아무 말이다.
'갑질'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일련의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가진 자들이 못가진 자들에게 가한 부당한 언행들에 대중들은 분노한다. 간접적으로 모욕을 느낀 탓도 크겠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정서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갑질, 이를테면 부자들의 돈 자랑, 정치인들의 허풍에는 의외로 관대한 편이다. 그 정도 위치에서 이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정도껏'하라는 것이다.
그 '정도'라는 것이 문제다. 평소 신독(愼獨)에 힘쓰는 자들은 자기 자신의 부정(不正)조차도 용서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러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에게는 삶 자체가 부정하여도 꿋꿋하게 잘도 살아간다. 그들에게 선행은 일단 나중 일이다. 그들이 신뢰하는 '곳간에서 정 난다'는 말은 말일 뿐, 그들의 곳간은 식량이 미어터져도 잘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봄이다. 여느 봄과는 다른 봄이다. 초등학교 입학식조차 비 대면으로 치러야 할지도 모를 위기의 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의 이곳저곳에 하얀 민들레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언제부터 피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병마(病魔)로 몸살을 앓는 이 땅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 같아 새삼 반갑다. 특별한 것이 특별한 세상은 상식이지만, 평범한 것이 특별한 세상은 오롯이 비상식이다.
평범하게 누려왔던 일상들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힘든 시기에도 봄은 우리를 찾아왔고, 이렇게 특별하게 피어났다. 아파트 주차장 구석에 빙 돌아가며 구색만 갖춘 조그만 정원에도 민들레가 하얗게 피었다.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양, 여기저기 그렇게 무리지어 피었다. 4월 중순을 넘어서며 대구는 지금 사뭇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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