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매출보다 전기세가 더 나갈 정돕니다. 한두 달 버텨보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가게 문을 닫으려 합니다."
대구 중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 캘리그래피와 그림을 그려 기념품을 만들어 팔던 A씨는 그동안 꾸려온 가게의 폐업을 고민하고 있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난달까지 가게에서 발생한 매출은 29만9천원으로 같은 기간 전기 사용료 56만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신한카드가 최근 대구시에 제공한 '코로나19에 따른 대구광역시 소비 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에서 발생한 신한카드 매출액은 9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9% 줄었다. 매달 임차료와 직원 인건비, 재료비로 인한 고정비용이 평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적잖은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자들의 실제 수익 감소 폭은 이보다 훨씬 큰 상황이다.
지역에서도 최근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자동차부품, 기계, 섬유 등 제조업도 문제지만 자영업자 대책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만난 한 지역 경제 전문가는 "제조업의 경우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그동안 교역 단절로 늦춰진 설비투자나 납품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그런 희망조차 없다"며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근로자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평년 수준까지의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상당수 대구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발생할 '보복소비'도 남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시민들의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지역 영세 가게가 아닌 백화점, 호텔로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 등 음식을 팔거나 마진을 남기지 않고 박리다매식으로 파는 자영업자 가게들은 사실상 매출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역 자영업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지원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도 어려움을 더한다. 실제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작년 기준 대구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취업자 중 23.1%에 달하지만 코로나19 긴급대출 등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소상공인진흥공단 지원센터는 이달 초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적은 6곳에 불과했다. 피해 자영업자는 많은데 지원센터는 부족해 대출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자영업자가 속출하는 등 논란이 일면서 소진공은 부랴부랴 16일과 20일 경북 영주센터와 대구 서부센터를 개소했지만 이미 때를 놓쳤다는 얘기가 많다.
벌써부터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속출하고 있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경북에서 감소한 취업자 수는 11만2천 명으로 이 중 6만 명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도소매숙박음식점업과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 취업자였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산다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소비심리가 회복될 향후 한두 달이 고비다. 최근 대구 신규 확진자가 진정세에 접어들며 시민들이 조금씩 거리로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작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20~30% 적은 상황이다. 매출 감소 폭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만이라도 지원이 절실하다.
그래서 대구시가 자영업자를 비롯한 시민들에 대한 생존자금을 본격 지원하는 등 경제 방역에 집중하기로 한 점은 반가운 얘기다. 긴급생계자금과 소상공인 생존자금,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프리랜서 지원 등 지원 예산이 이달부터 5월까지 줄줄이 풀릴 예정이다.
대구시도 곳곳의 아낀 예산을 끌어모아 지원을 결정한 만큼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이들에게 지원이 돌아가야 한다. 두꺼운 외투를 껴입은 채 소상공인지원센터 앞에 줄을 섰던 자영업자들은 한시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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