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살아가는 힘

책읽기가 주는 재미 중의 하나가 일상에서의 탈출이 아닐까요? 우리는 책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납니다. 때로는 현재의 고통을 잊고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잠시 다른 세상을 살다 돌아오면 지금의 삶이 조금 새롭게 보입니다. 마음의 답답한 공기를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를 공급받았기 때문이지요. 내 삶과 현실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힘도 생깁니다. 독서를 통해 생각대로 되지 않는 현재를 살아갈 힘을 얻으면 어떨까요?

◆ 비정상적 상황 속에서 일상을 바라보다

김동식의
김동식의 '회색 인간' 표지

우리는 코로나19라는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일상을 겪고 있습니다. 차라리 현실이 아닌 소설 속 이야기라면 좋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조금 색다른 소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비일상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소재로 하는 소설 '회색 인간'(김동식 지음)입니다.

이 책은 짧은 이야기의 모음입니다. 그동안 읽어온 소설과 뭔가 다릅니다. 원래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인기를 얻고 책으로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저자는 '노동하는 작가', '그동안 없던 작가'라는 독특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던 분들도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낯설고 특이한 상황 설정에 의아해 하다가 반전을 거듭하면서 이야기에 푹 빠져 듭니다. 이어질 다음 내용이 궁금해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일상 탈출을 완벽하게 느끼게 해주는 책인 셈이지요.

땅 속 세상이 등장하고, 좀비들이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디지털 고려장, 인간 재활용, 식인 빌딩이라는 새로운 소재가 등장합니다. 극한의 상황, 혹은 가상의 상황 속에서 인간 혹은 인류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막다른 상황에서 보이는, 인간 내면의 갈등과 심리를 보여줍니다.

자신의 생명이 소중하듯 다른 이의 생명과 권리는 동일하게 소중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삶의 중요한 가치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처럼 극한 상황에서는 말이지요. 가볍고 무심한 듯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오히려 묵직한 주제를 발견하게 하는 책입니다.

◆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표지

이와 달리 내용 전개가 밋밋하고 등장인물도 별로 없지만 울림을 주는 소설이 있습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입니다. 노인은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가지만 84일간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합니다. 85일째 되는 날, 작은 배로는 감당하기 힘든 청새치가 노인의 낚시 바늘을 뭅니다.

노인은 홀로 그 청새치와 며칠 밤낮 사투를 벌여 간신히 자신의 배에 매달지요.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잇단 상어떼의 공격을 받습니다. 노인은 힘들게 낚은 청새치의 살점을 상어에게 모두 뜯어 먹히고 맙니다. 그런데도 노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는다(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우리네 인생에서 때론 죽을 힘을 다해 애쓴 일들이 물거품이 되거나 보상을 받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 같을지라도 치열하게 살아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혹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인 자신과 소년(노인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대한 사람)은 분명히 알고 있고 있습니다. 세상에 유능한 어부는 많지만 최고의 어부는 산티아고(노인)임을! 사투를 벌였던 노인은 집으로 돌아와 단잠에 빠집니다. 잠에서 깬 노인은 다시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을까요?

바다와 함께한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을 겪어냈기에 그는 위대한 어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바다에 나가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러면 어부가 아니겠지요!

우리가 어부라면 인생이라는 바다에 나가는 게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힘든 일도 많겠지요. 그래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결코 우리를 무너뜨리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위기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더욱 단단해진 우리를 발견할 것입니다.

때때로 현재의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삶을 재해석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독서는 그런 마음의 환기에 매우 유익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현실에 더욱 충실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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