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文의 운(運), 나라의 운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용장(勇將), 지장(智將), 덕장(德將)을 뛰어넘는 게 운이 따르는 운장(運將)이다.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4·15 총선 결과를 보고 문재인 대통령이 운이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선거 등 정치적 고비마다 운이 좋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적 자산(political asset)을 물려받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가 궤멸한 뒤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을 실현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하루 전 열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힘입어 대승을 거뒀다.

총선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문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것으로 보였으나 결과적으로 호재가 됐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하는 등 사정이 호전된 것이 총선 승리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할 정도였다.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은 "'문 정권은 정말로 운이 좋다'는 말도 들린다"고 보도했다.

"운도 계속 좋으면 실력"이라고 했다. 운이라는 것도 기회를 포착하고 노력한 자에게나 효과가 있는 법이다. 코로나 사태만 하더라도 중국발 입국 전면 금지를 않는 등 초기 대응 실패로 국가적 재앙이 됐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견강부회(牽强附會)와 자화자찬으로 정권의 공(功)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면서 문 정권은 이 방면에서 탁월한 실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문 대통령에게 운이 계속 따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입법 권력까지 틀어쥔 문 대통령은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더는 야당이나 전·전전 정권 탓으로 돌릴 수도 없게 됐다.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실정(失政)을 거듭하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비판·반발·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국가 지도자가 운이 좋은 것이 나라의 운과 들어맞으면 축복이다. 그러나 지도자의 운이 국가의 운과는 별개이고, 심지어 나라에 재앙이 된 사례도 역사에서 숱하게 많았다. 문 대통령이 자만하지 않고 자신의 운을 나라와 국민의 운으로 만들기를 기대한다. 운이 따르는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운도 상승시키고 나라를 융성시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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