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을 열어달라'는 한 단골손님의 말에 매출이 바닥인데도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어요. 기약 없이 버틴 것은 저뿐 아니라 코로나19를 사태를 겪은 대구시민 모두의 모습일 거예요."
대구 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신두리(61) 씨. 그는 식당 손님들과 다정한 말 한 마디를 주고받던 날이 먼 옛날 같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전 상황을 회상하며 "예전처럼 이웃이 함께 모여 웃으면서 밥을 먹고, 퇴근 후에는 간단히 반주도 할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공포를 견뎌낸 대구시민들의 고군분투기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의 한 대목이다. 요식업, 서비스업, 관광업, 화훼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던 이들은 위기를 덤덤히 이겨낸 비밀을 써내려갔다. 책 페이지를 넘기면 신산했던 그간의 나날과 느낌들이 감사일기처럼 다가온다.
"텅 빈 학원에서 두 달 넘게 수입이 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나보다 더 힘든 시민이 많다는 생각에 버텼다"는 김보연 엘림음악교습소 원장, "꽃 장사 35년 동안 숱한 위기를 겪었지만 매출이 아예 없는 날이 이어지는 것은 난생처음"이라던 장경순 푸른꽃 화원 대표의 하소연 등 한 문장, 한 문장은 동네 이웃주민의 두런두런 이야기로 입체화된다.
이들은 사람이 희망이라고 했다. 하나같이 주변을 둘러보며 힘을 얻었다. 박상욱 한일서적 대표는 "신학기를 맞아 참고서와 책을 사러온 학생들이 재잘거리는 소소한 기쁨도 사라졌지만 거래처 사람들의 걱정 어린 연락과 각지에서 대구에 보내준 따뜻한 손길에 희망을 느꼈다"고 했다.
민영주 블루마린투어 대표 역시 "여행사 운영을 중단하고 새벽 배송 아르바이트 등 소일거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착한 건물주 운동부터 일거리를 알아봐 주던 지인들까지 잊을 수 없는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책을 엮은 신중현 도서출판 학이사 대표도 이 점에 주목했다. '절망을 버틴 원동력'이라며 주변 사람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는, 우리 주변 이웃들의 살아있는 목소리였다는 것이다.
그는 "대구시민 모두가 힘들었지만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고마웠다"며 "코로나19는 종식되겠지만 우리 모두가 치열히 버티고 연대한 이 경험은 오래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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