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車 부품업계 등 "정책자금 적고 느려…직접적 인건비 지원을"

[코로나 파고를 넘어라] (1)자동차·기계부품업계
글로벌 '셧다운'에 매출 급감, 야근에 주말 특근하던 직원들 오후 5시면 퇴근
영세업체 많아 운전자금 절실, "특별재난지역 기업지원 피부에 와닿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현대자동차의 1분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4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현대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현대자동차의 1분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4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현대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생긴지 3개월여가 지났다. 대구경북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한자리 숫자로 줄어드는 가운데 감염병 확산 방지와 더불어 경제 방역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매일신문은 총 10회에 걸쳐 매주 월·수·금요일에 '코로나 파고를 넘어라' 시리즈를 연재한다. 코로나로 위기에 빠진 지역 산업현장의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려는 여러 업종 종사자들의 노력과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23일 오후 찾은 대구의 자동차부품업체 A사. 정문을 지나 넓은 규모의 공장내부로 들어서자 작업복 차림으로 분주히 손을 움직이며 부품을 조립하는 직원들 사이로 구석구석 불이 꺼진 공간과 빈 작업대가 눈에 들어왔다.

글로벌 자동차공장이 일제히 셧다운에 들어가며 이 회사의 가동률은 최근 60%대로 떨어졌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풀가동'에 가깝게 돌아가다 이후 30% 이상 일감이 빠지면서다.

공장 중앙의 대형 창고는 평소 지게차 여러대가 앞뒤로 오가며 중간재를 작업장으로 옮기고 완성품을 출하했지만, 이 날은 선반 위로 재고 물품만 가득 쌓인 채 근로자 몇 명만 간헐적으로 지나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출입문으로도 대형 탑차 등 화물차가 쉴 새없이 오가야 하는데 현재는 썰렁하다. 10여년 간 근무하며 처음 겪는 일이라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고 했다.

특근으로 평일 오후 8시가 넘어 퇴근하고 주말 출근도 잦던 직원들은 이제 오후 5시가 되면 모두 퇴근한다. 한 근로자는 "잔업이나 특근이 모두 없어지면서 임금이 30~40% 이상 많이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무실 분위기도 무겁게 가라앉은 건 마찬가지.

영업활동이 마비되면서 수 십명에 달하는 영업직원들은 사실상 빈 손이 됐다. 회사가 바쁘게 돌아갈 때면 자리에 없다는 해외영업 직원들도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 영업직원은 "심할 때는 대구 기업이라고 국내 고객사 출입조차 거부당했을 정도이고, 지금도 해외 영업활동은 시도조차 못한다"고 했다.

경영진은 예정됐던 투자를 중단하고 불필요한 고정비를 줄이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업황이 너무 나빠 막막하단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도 문제지만 2,3차 벤더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협력사에서 향후 수개월치 납품대금을 선지급해 달라는 공문이 수시로 접수되곤 한다"며 "매출이 수억원에 불과한 영세업체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 부품 공급망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어렵지만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자동차부품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계업종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DGMC)은 지난 13~17일 유관기업 20여곳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올 1분기 30~50%의 매출 감소가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정부의 정책자금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대구 달서구의 자동화기기 기업 B사 대표는 "정부의 코로나19 자금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을 찾았는데 다른 기관에 대출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받지 못했다. 기관마다 서로 떠넘기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현금 흐름이 완전히 막히면서 당장 하루이틀이 급한데 비해 정책자금 접수, 심사는 여전히 너무 느리다. 액수도 적어 큰 도움이 안된다. 업황이 어두운 걸 모두 아는 상황에서 은행권 대출은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수시로 고객사 수요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휴업 결정도 어렵다. 북구의 C 공작기계 제조사는 "언제 주문이 들어올지 모르고 평소에는 A/S 요청이 많아 휴업·휴직이 어렵고 고용유지지지원금도 받을 수 없다"며 답답해 했다.

업체들은 신속하고 파격적인 수준의 기업운전자금, 하반기 반등을 위한 해외마케팅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한 기계부품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특별재난지역 기업에 한해서라도 고용유지지원금 외에 직접적인 인건비 지원을 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해외전시회나 수출상담회 같은 오프라인 해외마케팅 지원 사업을 확대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우각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이사장은 "매출 감소와 수주 절벽이 겹치면서 사상 최악의 보릿고개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의 고사를 막으려면 피부에 와닿을만큼 실질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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