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도시철 감염 차단 '노인우대칸' 실효성 논란

5월부터 전국 최초 6량 열차 맨앞과 끝 2량 ‘경로우대칸’으로 지정해 운영
시민들 “기존 노약자석으로 충분…한 칸 띄어앉기가 오히려 더 효과적일 듯”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중교통 이용객 수도 점차 늘고 있다. 22일 오전 도시철도 2호선 열차가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중교통 이용객 수도 점차 늘고 있다. 22일 오전 도시철도 2호선 열차가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도시철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노인전용칸을 지정하기로 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도시철도는 다음 달부터 1, 2호선 전 열차의 첫 번째 량과 마지막 량을 '경로우대칸'으로 지정해 65세 이상 노인들만 타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전동차 6개 량 가운데 2개 량이 경로우대칸으로 지정되고 1개 량당 12석인 기존 노약자석도 그대로 유지된다.

여러 나이대가 뒤섞여 이용하는 전동차를 분리해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은 노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대구도시철도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용객들은 이 같은 조치가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에서 만난 승객 A(65) 씨는 "연령대별로 타는 칸을 분리시키기보다는 지금 시행하고 있는 한 칸 띄어앉기 운동이 방역에 더 효과적인 것 같다"며 "지금도 시민들이 일부러 자리를 띄어 앉고 있는데 굳이 칸을 분리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부 노인 사이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젊은 층들에게 민폐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호선 대구역에서 만난 오영숙(70) 씨는 "괜히 노인들만 타는 칸을 마련해 젊은 사람들이 앉을 자리가 부족해질까 봐 걱정"이라며 "승강장 끝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몸이 불편해 그냥 기존 노약자석에 앉는 경우 오히려 눈치가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분리 조치가 권고 사항에 그친다는 점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시민 B(32) 씨는 "열차 내부와 대합실에 단순히 안내문을 써 붙이는 것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조치를 모르는 시민도 많을 텐데 혼란만 부추기는 하나마나 한 시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도시철도공사 측은 정부 방역 수칙이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시민들의 자발적인 배려를 구하려는 차원에서 시도하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이어질 생활방역 체제에 발맞춰 마련한 생활방역 대안 중 하나"라며 "어르신들의 치명률과 젊은 층의 감염 위험성을 모두 우려해 고안해낸 아이디어인 만큼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대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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