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건설현장에선 해마다 4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작업 중 아래로 떨어져 숨지는 추락사가 가장 많다. 현장에 안전난간이 없거나 발판이 부실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산업재해를 줄이고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별단속반을 꾸려 현장 불시 점검을 벌이고 있다.
매일신문은 TBN 대구교통방송과의 공동기획 '여러분의 일터는 안전한가요?'를 세차례에 걸쳐 싣는다.
◆소규모 공사장 점검 나선 특별단속반
23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 연경동 4층 규모의 한 다가구주택 건설현장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안전보건공단) 특별단속반(패트롤)이 출동했다. 단속반은 골조 공사를 마친 이곳 현장에서 주로 작업 발판과 안전난간, 안전대 부착 설비 등을 살폈다.
콘크리트 계단을 확인하니 1층 이외에는 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장 인력들이 자칫 발을 헛디딜 경우 아래로 추락할 위험이 있는 상황이었다. 외벽을 둘러싼 형태로 설치된 비계(임시구조물)에도 문제가 있었다. 벽과 비계 사이 빈틈이 약 50㎝에 달했다. 사람이 빈틈 사이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특별단속반은 현장 소장에게 ▷2, 3층과 내부 복층 계단 난간 설치 ▷벽 이음 비계 보강 ▷비계와 벽 사이 간격 개선 등의 조치사항을 명령했다. 아울러 이동식 사다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아래로 떨어져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다른 건설현장을 찾은 특별단속반은 경사진 지붕에서 이뤄지는 작업 환경을 점검했다. 근로자들이 지붕으로 올라갈 때 안전하게 디딜 수 있는 발판이 없었다. 약 1m 높이를 지지대 없어 올라가야 했기에, 이에 대한 신속한 보강을 지시했다.
안전보건공단의 손영훈 차장과 류효영 과장으로 구성된 특별단속반은 이처럼 산업재해 위험성이 높은 소규모 건설현장 중심으로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손영훈 차장은 "소규모 건설현장에선 공사를 빨리 끝마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며 "발판과 난간, 덮개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공사를 벌이다 보면 작은 실수에도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다"고 했다.
◆건설현장 추락의 위험성…특별단속 벌여
지난 2월 14일 대구 수성구 중동의 한 건물 철거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61살 남성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 남성은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 20층에서 날림먼지를 방지하고자 물을 뿌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철거현장에서 일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은 이 작업자는 발을 헛디디면서 4층 안전펜스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발생하는 산업재해 사망자 가운데 건설현장이 유독 많다. 특히 높은 곳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는 비율이 높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대구경북의 산업재해 사망자는 모두 96명인데, 이 중 건설업이 42명(43.8%)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특히 건설업 사망자 중에선 추락으로 인한 경우가 25명으로 59.5%를 차지했다.
2014~2018년 5년간의 전국 산업재해 사망사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규모 건설업일수록 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건설업 종사자 1만 명 당 사망자 수는 전체 평균 1.7명으로 조사됐는데, '5인 미만' 사업장에선 1만 명 당 사망자 수가 4.6명에 달해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5~9인'은 2.6명, '10~29인'은 2.1명 등 규모가 클수록 사망자가 적었는데, 특히 '100~299인'과 '300~499인' 등 큰 규모인 곳은 1만 명 당 사망자가 각각 1.1명과 0.7명에 불과했다.
나이와 근속연수를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경력이 짧을수록 사고에 취약했다. 건설업 산재 사망자 중 60세 이상이 3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55~59세 21.4%, 50~54세가 17.2%, 45~49세 12.6% 등으로 뒤를 이었다. 건설업 사망자의 근속기간은 6개월 미만이 80.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안전보건공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별단속반을 운영하고 있다. 산업재해를 미리 예방하고자 주로 소규모 건설현장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안전점검을 진행한다. 사전에 연락하지 않고 불시에 현장을 찾아 위험요소를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송정원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사업총괄부장은 "건설현장에서 안전장치만 제대로 갖춰도 사망사고 등 큰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며 "특히 규모가 작고 영세한 곳일수록 사고가 잦기 때문에 맞춤형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