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상주 시민들의 대처 모습을 보면서 떠오른 속담이다.
돌이켜 보면 바이러스 확산은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두려움이 클수록 더 빛을 발하는 게 있었다. 바로 상주 시민이 보여준 공동체 의식이다. 상주 시민들은 코로나19로부터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팔을 걷어붙였다.
상주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2월 20일로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이틀만이었다. 동선이 공개되고 접촉자 조사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이후 확진자가 이어졌고 방역 소독이 시급했다.
상주시 인력으로는 폭증하는 방역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가장 먼저 상주축협 공동방제단과 상주보건소 방역팀이 나서면서 민간단체들도 앞다퉈 소독에 나서기 시작했다. 매일 수십 명이 갑갑한 방역복에 무거운 소독약통을 메고 구슬땀을 흘렸다.
성금도 이어졌다. 시민단체·기업인·출향인·농민 등이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선뜻 내놓았다.
한 어린이는 저금통을 건넸다. 꼬깃꼬깃 모은 돈과 함께 편지도 있었다. 연필로 쓴 편지에는 '저희 집은 코로나19 피해가 없어 가만히 있기가 부끄러웠습니다. 의사·간호사·환자·자영업자 모두 힘내세요'라는 내용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지금까지 시민이 낸 성금과 물품은 200여 건, 6억1천만원에 이른다.
상주시는 자가격리자 돌봄서비스도 제공했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생활필수품과 음식재료를 사 집 앞까지 배달하는 등 불편 해소에 최선을 다했다. 격리 상태에서 해제된 많은 시민은 "불안감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하는 등 극도로 절제된 모습을 보였줬다. 방역과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예방활동은 시민 힘에 의해 범시민적으로 확산됐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다. 상주시는 3월 3일 15번째 환자가 발생한 이후 두 달이 다 돼가지만 신규 확진자가 없다.
'소리 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코로나와의 싸움에 굴복하지 않은 것은 바로 상주 시민의 공동체 의식 덕분이다. 특히 상주에는 공동체 의식의 상징인 '존애원'(存愛院)이 있다. 임진왜란 직후 질병으로 고통 받던 백성을 위해 지역 선비들이 만든 최초의 민간 병원이다. 국가가 어려울 때 주민이 나서 주민을 돌본 것으로 전국에서 유일한 사례다.
존애원의 숭고한 정신이 421년만에 다시 상주에서 시작됐고 전국으로 확산되길 희망한다. 이런 공동체 의식이 살아 있는 한 코로나19는 함부로 우리를 넘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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