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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찾는다" 동성로·약령시 골목 상권 재편

[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 10년] 시민들이 걷는 도심
차로 수 줄이고 보도 폭 넓혀…노점·전봇대 등도 함께 정비
경관 개선되자 유동인구 증가…식당·술집·커피숍 등 확 늘어

대구시가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사이 1.05km 구간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한 지 10년이 지났다. 27일 중구 반월당네거리에서 대구역 방향으로 바라 본 대중교통전용지구.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시가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사이 1.05km 구간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한 지 10년이 지났다. 27일 중구 반월당네거리에서 대구역 방향으로 바라 본 대중교통전용지구.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중앙로 일대에 국내 첫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다. 통행이 불편하고 차가 꽉꽉 막히던 도심은 걷고 싶은 곳으로 탈바꿈했다. 차가 사라진 곳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상권 지도가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대구시가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사이 1.05km 구간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한 지 10년이 지났다. 27일 중구 반월당네거리에서 대구역 방향으로 바라 본 대중교통전용지구.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시가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사이 1.05km 구간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한 지 10년이 지났다. 27일 중구 반월당네거리에서 대구역 방향으로 바라 본 대중교통전용지구.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되면서 대중교통 및 보행 환경이 편리해졌다. 매일신문 DB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 초창기는 혼란스러웠다. 주변 상인 반발과 운전자 불만 등 적잖은 부침을 겪었다. 그러나 현재는 도심을 활성화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서울, 부산 등에서도 대구를 벤치마킹해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정했다.

대구의 자랑이 된 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 10년. 그간 중앙로 일대에 생긴 변화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2003년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도입되기 전 대구 중앙로 일대. 승용차와 버스들이 뒤섞여 붐비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되면서 대중교통 및 보행 환경이 편리해졌다. 매일신문 DB

◆낙후된 도심을 위한 돌파구

대구시는 지난 2009년 12월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사이 1.05km 구간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했다. 시내버스와 일부 시간대 택시 통행만 허용하고 일반 승용차의 통행을 막았다.

대구의 자동차 보유대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도심 심장부인 중앙로의 교통 상황이 날로 악화되던 차였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전 중앙로는 왕복 4차로, 폭 22m에 불과해 교통량은 포화에 다다라 있었다. 평일 출퇴근 시간대나 휴일이면 중앙로는 주차장으로 변했을 정도로 차량 정체가 심각했다.

대구의 한가운데여서 버스노선이 가장 집중된 곳이었지만 정체로 인한 불편함이 극심하다 보니 시내버스 이용을 기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실제로 2004년 대구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26.3%로 승용차 수송분담률(32.4%)에 한참 못 미쳤다.

보행 환경 역시 악화일로였다. 좁은 보도에는 노점상을 비롯해 불법 노상 적치물, 불법 주정차 차량까지 올라와 보행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런 이유로 중앙로 일대에 차량 통행을 막고 대중교통을 우선으로 한 교통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인근 상인과 주민들의 반발에 제동이 걸리기 일쑤였다. 논의가 시작되던 2003년 당시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최초의 사례였던 만큼 실효성에 의문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상인 대부분은 차가 다니지 않으면 사람들의 발걸음도 끊겨 상권이 몰락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 교통 여건은 갈수록 더 악화됐고, 인근 상권까지 침체되면서 2008년 무렵 대중교통전용지구 논의가 재차 고개를 들기도 했다.

당시 대구시 교통국장을 지내며 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을 이끌었던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인근 상인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도심을 시민들이 외면하고 있어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도심에 차가 사라지면 사람이 몰리는 것은 학문적으로 검증된 효과이고 당장 바꾸지 않으면 전체 도심 상권이 몰락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했다.

지난 2003년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도입되기 전 대구 중앙로 일대. 승용차와 버스들이 뒤섞여 붐비고 있다. 매일신문 DB

◆젊은 층 몰리는 도심

결심이 서자 행동은 재빨랐다. 대구 중앙로 일대는 2009년 2월부터 10개월간 진행된 공사 끝에 차 없는 거리로 탈바꿈했다. 차로 폭은 왕복 4차로에서 2차로로 줄었지만 보도 폭은 그만큼 넓어졌다.

보도 및 도로 정비와 함께 일대 경관 개선 사업도 진행됐다. 동성로 일대에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이 맞물려 진행되면서 150개가 넘던 노점상과 도심 미관을 해치던 전봇대들이 사라졌다. 낡은 간판이 정비되고 밝은 조명이 추가로 설치됐다. 과거 어두침침했던 흔적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차가 사라지자 도심이 걸어 다니는 시민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특히 일대 방문객의 연령대가 낮아졌다. 주로 중년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하던 상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약령시, 북성로 등 골목은 젊은 층이 찾는 식당과 술집으로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했다.

유덕종 동성로상가번영회 부회장은 "동성로에 자가용이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젊은 층들이 다니기 좋아졌다"며 "병원 등 일부 업종은 타격을 입었지만 보행 환경이 개선돼 걷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커피숍, 패스트푸드점 등 상황이 전보다 나아진 곳도 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이용객이 늘어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도 나왔다. 대구시가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도입한지 5년이 지났을 무렵인 2014년 실시한 연구 용역에 따르면 중앙로 시내버스 이용객 수는 33.5%, 중앙로 유동인구 수는 1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시민들의 일상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선욱 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시행 초반에만 해도 일부 구간을 해제해달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렇다할 반대 목소리는 없는 상황"이라며 "통행 단속에 적발되는 경우도 타지에서 온 이들의 비중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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