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잡지에 실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의 글을 읽었다. 그 글을 정리하면 "요즘 신인 아이돌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보이그룹이 청량 이미지를 버리고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그동안 청량 이미지가 성별 반전의 요소였다면 지금은 다시 남성성을 살리기 위한 '자아성찰'의 강조가 있는 것 같다" 정도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글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일견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한데, 뭔가 묘하게 설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생각을 거듭한 결과, 한 가지 질문이 생각났다. '신인 아이돌은 청량해야만 하나?'
한 때 청량한 콘셉트의 남자 아이돌이 대세였던 적이 있긴 했다. 거슬러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만나는 노래는 샤이니의 '누난 너무 예뻐'지만 본격적인 흐름은 세븐틴의 '아낀다'일 것이다. 그 뒤에 아스트로의 '숨가빠'라던가 골든차일드의 '담다디' 등등 청량함으로 승부하는 노래가 2010년대 중후반에 쏟아져 나왔던 게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 팀들이 최근 들고 오는 노래들이 모두 묵직한 멜로디를 장착한 것 또한 사실이다. 세븐틴의 '독:Fear', 아스트로의 'Blue Flame(블루 플레임)'으로 청량함 대신 남성미를 강조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런데, 이 논의가 신인 남자 아이돌의 데뷔 콘셉트의 흐름으로 가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오히려 청량한 이미지로 데뷔한 케이스는 2010년 중후반에 반짝하는 흐름일 뿐이었다는 게 남자 아이돌 데뷔곡의 흐름을 보면 드러난다. 아이돌의 명가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남자 아이돌 데뷔곡만 봐도 청량 이미지는 샤이니밖에 없고, 인피니트의 청량 이미지는 데뷔곡인 '다시돌아와'가 아니라 후속곡인 'She's back(쉬즈 백)'이 차지하고 있다. 이미 '청량 이미지'로 데뷔하는 케이스가 소수다.
또 '청량 이미지'로 데뷔했더라도 그 흐름은 오래 끌고 갈 수 없는 게 다들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 빅스를 보면 'Super Hero(슈퍼 히어로)'라는 청량한 노래로 데뷔했지만 결국 승부를 띄운 건 뱀파이어 콘셉트를 차용해 나온 '다칠 준비가 돼 있어'였다.
그렇다면 지금 신인 아이돌이 굳이 청량 이미지를 가져가지 않는 건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청량 이미지의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이다. 오히려 밝은 이미지를 유지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팀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걸 업계가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데뷔한 MCND가 강렬한 노래에 청량한 이미지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냈다는 건 일종의 승부수로 해석할 수 있다. 청량한 이미지를 가져가되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낸다는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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