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가난을 팔고 부자 되세요

동진스님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동진 스님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동진 스님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사월의 신록은 싱그럽다. 어린 양처럼 순하기까지 하다. 늘 푸른 소나무와 겨우내 외롭게 서 있던 나목에서 싹을 틔운 연두색 숲은 절묘한 색의 대비를 이룬다. 뭉게구름이 피어나듯 찬란하다. 햇살에 비친 숲속 나뭇잎은 어린 소녀의 얼굴이다. 마냥 청순하고 아름답다. 대자연은 생명의 합창들로 가득하다. 폐부 깊숙이 무한한 화음이 들린다. 김순애(1920∼2007)의 '그대 있음에'를 들으며 자연을 찬탄한다. 주말이면 코로나로 움츠린 사람들이 내가 사는 낙화담과 학선정 주변을 찾는다. 가족들은 텐트를 치고 정성 들여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눈다. 푸른 하늘 아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맘껏 웃으며 얘기를 나눈다.

부처님 당시 가섭 존자가 길을 가는데 가난한 노파가 우물가에서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존자가 그 이유를 물었다. "제가 오랫동안 굶주려서 많이 힘듭니다. 주인이 나를 또 박대하기까지 합니다. 내 신세가 하도 처량해서 울고 있습니다." 존자는 노파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가난을 파십시오." 노파는 그 말의 뜻이 의아해 되물었다. "가난을 팔아요? 가난도 누가 삽니까? 아, 팔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팔지요?" 존자와 노파의 말이 이어졌다. "제가 사겠습니다." "어떻게 팔 수 있습니까?" "보시를 하십시오." "아이고, 존자님, 내가 가진 게 뭐 있다고 보시를 합니까?"

"할머니, 저 우물에서 물 한 그릇 떠서 저한테 주실 수 있죠?" "그거야 뭐 돈 안 드니까, 할 수 있죠." "그게 보시입니다." 물 한 그릇 떠서 올리니까, "잘 마셨습니다. 할머니, 지금부터라도 구걸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을 연습하지 말고 이 보시 공덕을 생각하시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지니십시오."

바라기만 하고 구걸하는 마음으로 살면 계속 가난을 면할 수 없다. 없는 가운데서도 보시하는 인성을 가지면 점차 나아진다. 어떤 마음을 품느냐에 따라 현실로 나타난다. 부유한 마음을 연습하면 부자가 되고, 구걸하는 마음을 연습하면 거지가 된다. 남이 보시하는 것을 따라 기뻐하는 것만으로도 같은 공덕이 된다.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가 있다. 그걸 '무재칠시'(無財七施)라고 한다.

첫째, 몸으로 일을 하거나 봉사를 한다. 둘째, 마음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따뜻하게 대한다. 셋째, 부드러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본다. 넷째, 온화한 얼굴로 웃음을 나눈다. 다섯째, 따뜻한 말로 사랑이 담긴 말을 전한다. 여섯째, 자리를 양보해 준다. 일곱째, 방을 내주는 것으로 잠자리를 제공한다.

이런 일은 돈이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면 나와 상대방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도처에서 들려온다.

봉사와 나눔, 기부를 통해 빈부격차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소외된 이웃의 삶을 향상시킬 의무가 있다. 자신의 부와 시간을 나눠 개인이나 복지단체, 종교단체, 무료급식소 등에 참여하면 좋겠다. 급식과 미용봉사, 한방 침뜸, 의료봉사, 교육봉사, 상담봉사, 돋보기안경이나 지팡이 기부, 치매상담, 재능기부를 하면 상호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개인, 사회, 국가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 비록 작은 돈이라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유니세프에 후원해 가난과 불평등을 해소해 가야 한다.

"내가 세상을 접했을 때 삭막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세상에 도착하기 전에 나의 아버지가 나를 위해 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나도 내 뒤에 올 사람을 위해 나무를 심는다."('탈무드'에서)

처칠은 "인간은 '얻음'(what we get)으로써 생계를 꾸려 나간다. 그러나 삶은 '줌'(what we give)으로써 만들어간다"고 했다. 성경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주는 것은 하늘에 보화를 쌓는 것"이라 했다.

가난을 벗어나는 일은 자기도취나 인색, 탐욕과 교만에서 절대 나오지 않는다.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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