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구경북 의료·바이오 업계는 생존의 위기와 미래 비전을 동시에 실감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포함한 감염병 관련업종은 '한국=방역선진국' 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K프리미엄'에 대한 기대를 키우면서도 당장 마케팅이나 수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형편이다.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서 2014년 창업한 ㈜엠모니터는 코로나19 사태로 바빠진 대표적인 기업이다. 인플루엔자, 말라리아, 뎅기열 등 다른 전염병 진단키트를 생산해오던 이 기업은 지난달부터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핵심단백질자원센터가 개발한 코로나19 진단시약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이 진단키트는 지난달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체외진단의료기기 수출용 품목허가를 받고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기존에 6시간 가까이 걸리던 진단키트와 달리 20분이면 결과를 알 수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수요처 사정으로 구체적인 수출국가와 물량은 밝힐 수 없지만 현재까지 4개국에 수출했고, 이밖에 다수 국가와 수출계약을 논의 중"이라며 "생산라인은 당연히 진단키트 개발 이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연구원, 생산인력, 경영진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코로나19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업체들은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 회사가 대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품 수출이 6개월 이상 미뤄진 예도 있다.
지역 한 의료기기 생산 업체는 올 3월로 예정돼 있던 러시아 수출이 10월로 미뤄졌다. 이 곳 관계자는 "대구에서의 코로나 확산이 세계적으로 보도되고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지면서 러시아 고객사에서 지역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올 4월까지 매출도 전년동기와 비교해 15~20% 정도 줄었다"고 했다.
영업활동 제약도 여전하다.
대구의 한 바이오시약 제조업체 대표는 "올 초만 해도 해외 유명 연구소와 납품계약을 맺는 등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할 시점이었는데, 주요 마케팅 창구인 해외 학회가 모두 취소돼 곤란해졌다. 급한대로 화상회의를 이용하고 있지만 수출계약은 직접 만나지 못하면 성사가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올 봄 말레이시아, 독일, 중국 바이어 방문 계획이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모두 취소됐다"며 아쉬워했다.
대구경북 기업들은 국내 영업활동에도 제약이 생겨 이중고에 시달린다. 지역 한 헬스케어기기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도 대구 업체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아서 올 2~4월 영업을 전혀 못했다"고 했다.
신약개발 등 초기에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관련업계에서는 코로나19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에만 자본이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투자유치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다.
대구의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자금을 확보해놨는데 그렇지 못한 주변 업체들은 감염병 관련 분야에만 돈이 몰리면서 신규 투자유치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폐암진단 키트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 신규 투자유치가 여의치 않다. 자본이 코로나19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분야에 쏠리고 있는 것 같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바이오 산업 도약의 전기를 맞았다는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이 국경을 틀어막거나 특정 지역을 봉쇄하지 않은 채 급속 확산하던 코로나19를 통제한 사실상 유일한 국가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되면서 향후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규제혁신 논의가 가속화되는 점도 호재"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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