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공익과 프라이버시의 위험한 줄타기

수성구 CCTV 통합관제센터의 모니터링 요원들이 CCTV 화면을 보고 있다. 수성구 제공
수성구 CCTV 통합관제센터의 모니터링 요원들이 CCTV 화면을 보고 있다. 수성구 제공
장성현 경제부 차장
장성현 경제부 차장

대구 수성구 수성알파시티 내 대구디지털진흥원에는 '5G 스마트시티 통합관제센터'가 구축돼 있다. 이곳에서는 수성알파시티 내 실증도로 운영과 지능형도로안전 시스템 도로 위험 정보 제공, 불법 주정차 무인 관제, 스마트 가로등, 차량번호 인식, 스마트 워킹, 지하 매설물 관리 등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모든 서비스를 관장한다.

일렬로 설치된 모니터에는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와 불법 주정차, 범죄 발생 여부, 통과 차량 수, 과속 건수, 유동 인구 숫자까지 등장한다. 이 같은 정보는 100여 개의 서버에서 수합하고 인공지능이 정보를 분석한다.

또한 실시간으로 행인의 얼굴을 분석해 동일인 여부를 판단하고 특정 지역 내에서 행인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사람의 움직임을 분석해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는지도 감지할 수 있다.

만약 이 관제 시스템이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서울 이태원 일대에 구축돼 있었다면 어땠을까. 정부가 이 시스템에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신분증 얼굴 사진을 제공했다면 행인의 얼굴 영상과 대조해 이태원을 찾은 이들의 신원을 모두 특정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명백한 불법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생체 감시 방식이다.

인공지능 CCTV가 아니더라도 개인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은 굉장히 많다.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에서 보듯 휴대전화와 기지국의 통신 기록과 수많은 CCTV, 신용카드 결제 기록, 모바일 기기의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통신 기록 등으로도 개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비상사태에서 사생활 보호와 인격권에 대한 요구는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확산 공포를 이길 수 없다. 시민들은 공익을 위해 통제를 용인하며, 감시에 협조한다. 방대한 개인정보는 막강한 힘을 부여하고, '빅브라더'를 택한 정부는 그 편리한 권력을 놓기 주저한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시민 감시를 확대하고 있다. 확진자 동선 추적이 인권 침해라고 비난하던 유럽 국가들도 휴대전화 위치 추적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비상조치를 발동했다.

정부도 코로나19 경제 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개인정보 빗장 풀기에 나섰다. 개인의 정치적 견해나 정당·노동조합 가입 여부, 진료기록, 성생활 등 사생활과 연관된 개인정보라도 가명으로 처리하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결합되고 가공돼 어딘가에서 쓰일 수 있는 셈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 위기를 맞아 인류는 특별히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고 말했다. 전체주의적 감시 체제와 민족주의적 고립의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와 글로벌 연대의 길로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 정보 보호 분야에서 공익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충돌할 때 타협점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증폭될 것이다. 기존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악용이 두려워 사용자 인식 기술의 발달을 막을 순 없다. 그러나 개인정보에 어느 수준까지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규정하고 어길 경우 확실하게 책임을 묻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경제 회복을 이유로 방치하면 사생활 보호와 인격권이라는 기본권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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