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도수의 불가사의 인도] 의료관광사업의 최강국으로 부상한 인도

이도수 경상대 명예교수
이도수 경상대 명예교수

인도 출신 국제통상 CEO인 Kumar 씨가 필자에게 인도로 의료관광 여행을 올 의향이 없는지 물어왔다. 필자는 "인도는 국민 평균수명이 한국보다 10년가량 짧고 유아사망률은 한국보다 10배 이상 높은 의료 후진국인데 그런 인도에 의료관광을 오라고요?"라며 그에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Kumar 씨는 필자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의료관광사업에서는 인도가 한국의 상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장점이 있고 앞서 있다는 것이다.

인도인들이 신줏단지처럼 중시해 온 고전 '베다'는 '지식 모음'이라는 뜻이다. 그중에 '아유르 베다'는 생명 관련 지식 모음이라는 뜻이다. 그 방대한 생명 관련 지식 모음 속에는 원시시대의 고전 지식도 있지만 현대 지식의 씨가 된 알맹이 지식도 많다. 그러기에 20세기 초에 창설된 노벨상 제도에서 동양인 최초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된 인도인 '벤타카 라만'(1930년 수상)을 필두로 인도계 출신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여럿 배출되었다.

이에 필자가 "그런 과학지식을 축적해온 인도가 왜 유아사망률은 후진국 수준에서 못 벗어나고 수도 뉴델리 도심에서 외국인들이 주로 투숙하는 고급 호텔만 벗어나면 비린내가 곳곳에서 풍기는 위생 불량 상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라고 질문하자 그는 그런 물음을 예상했다는 듯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설명했다. 인도는 1947년 영국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날 당시 사회주의 노선을 택했었다.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체제하에서는 모든 것이 하향평준화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의료 혜택을 받도록 한다는 원칙의 노선을 내세웠다. 사회주의에서는 뛰어난 인재들이 힘든 의료 전문직을 택하지 않고 의사가 되어도 다른 공무원과 같은 대우를 받기에 의료 전문직을 하려고 나서지 않았다 .

그 후 1980년대 말,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의 붕괴를 계기로 인도가 1991년 자유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이때부터 인도 인구의 5% 정도인 고소득자들을 위한 고급 의료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해외로 빠져나갔던 인도 출신 엘리트 의료인들이 속속 귀국하여 인도의 최첨단 의료 진용을 갖추게 된다. 인도 인구의 5%는 남북한 인구와 맞먹는다. 세계 최첨단 의료 수준에 도달한 뉴델리의 아폴로병원, 뭄바이의 워크하트병원 등이 서구 부호들을 상대로 한 의료 서비스와 관광을 연계한 의료관광 정책을 펴며 상당한 성공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며 인도의 의료 정책 발전을 설명했다.

필자는 의료관광 정책은 한국이 인도보다 앞서 시도한 정책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료관광 정책은 21세기 벽두에 한국 정부에서 먼저 시도했는데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고.

이에 Kumar 씨는 이렇게 말했다. "실은 한국이 시도한 의료관광 정책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인도는 의료관광 정책을 수립했다. 먼저 착안한 한국의 의료관광 정책 실패 원인은 한류 열풍을 타고 Visit Korea 붐이 한창 일 때, 물밀 듯이 몰려든 외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에 대한 환상을 깨고 나쁜 이미지를 심어 주어 찾고 싶은 한국 방문을 꺼리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 드라마와 K-POP이 전 세계의 안방까지 파고들며 한류의 상징인 말춤을 외국 대통령들이 흉내 낼 정도로 확산되고, 각국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어 학습 열기가 뜨겁게 일던 2010년대 초에 세계인들의 한국 방문 붐이 절정을 이루었다. 그때 한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 젖어 찾아온 외국 관광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의료관광 인프라와 외국인에 대한 차별 대우가 재방문의 의욕을 꺾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한국이 그때 한류 열풍을 잘 살려 몰려든 외국 관광객들에게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국인 특유의 손기술로 미용수술, 미용치과치료 등 특화된 의술로 좋은 인상을 심어 보냈다면 한국의 의료관광 정책은 대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다. 장기 치료를 요하는 중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객 유치에는 한국이 인도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 인도의 의료비, 숙박비, 교통비 등 제반 물가가 한국의 절반 이하이기 때문"이라고 인도 의료관광의 장점을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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