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대구 국제경기 유치에 세금을 낼 용의가 있나요?

대구시가 2024년 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대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2017 대구세계마스터스 실내육상경기대회 하프 마라톤에 참가해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참가자 등과 함께 코스를 달리고 있는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2024년 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대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2017 대구세계마스터스 실내육상경기대회 하프 마라톤에 참가해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참가자 등과 함께 코스를 달리고 있는 모습. 대구시 제공
최창희 체육부장
최창희 체육부장

우여곡절 끝에 프로야구·축구가 이달 초 개막했다.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국민에게 답답함을 없애고 대리 만족할 수 있는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다. 물론 삼성라이온즈나 대구FC의 최근 경기를 보다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지만 말이다.


승패나 순위가 중요한 프로경기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올림픽·월드컵·세계선수권도 마찬가지다. 밤잠을 설쳐 응원했는데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지거나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아마추어 경기가 편하고 즐거울 때가 있다. 육상 등 같은 종목의 대회라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많고 노익장을 과시하는 남녀 선수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대구시에서 공을 들이는 '2024 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대회'를 기다리는 이유기도 하다. 대구는 2017년 세계마스터스실내육상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어 더 그렇다.


다행히 대구가 유치신청을 낸 '2024 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대회'가 지난 2월 기획재정부 국제행사 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됐다. 국제행사 승인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현재 기획재정부의 의뢰에 따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경제성 분석과 국제성·공익성 등 정책적 분석을 위해 타당성조사 용역을 7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타당성조사를 토대로 8월에 개최 예정인 기획재정부의 국제행사심사위원회 심의 의결로 국고 지원 여부가 확정된다. 국제행사로 승인되면 정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으로 14억여원의 국비 지원은 물론 대회 위상과 지역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본 대회 유치에 도움이 된다. 정부 승인을 얻은 국제대회가 본 대회 유치에 실패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다. 안정적인 재원과 정부 지원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대구시도 내심 정부 승인을 잔뜩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대구시의 바람과 달리 최근 지역 체육계에서는 '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설문조사가 전국 1천500~2천 명을 대상으로 내달 말까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시·도별 지역 인구 비례에 따라 대구는 최대 90여 명밖에 배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긍정 답변이 원천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 설문조사가 진행되는 셈이다.


설문조사 내용은 충격적일 정도다. '2024 대회 유치를 위한 세금을 추가로 1회 낼 용의가 있는가?' '추가적인 세금을 내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이란 질문이 포함돼 있다. 코로나 지원금까지 받았던 국민 입장에서 대구의 국제행사 유치를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데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이유를 물어 '확인'까지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아예 대구 유치를 반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국제행사 난립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최근 정부가 '국제행사 타당성조사' 강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불안을 키우고 있다.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은 서둘러 설문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에 제도 개선을 건의해야 한다. 먼저 대회 유치를 원하는 '해당 지역'이 설문조사 대상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촉구해야 한다. 또 사업 시행의 필요성·특수성 등 국가 정책적 판단의 반영을 강화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아무쪼록 세계마스터스육상대회가 정부 승인 국제행사로 대구에서 열려 코로나19에 맞서 세계를 놀라게 한 '대구의 저력'을 다시 한번 펼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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