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주향의 약이 되는 약 이야기] 항암치료와 탈모

천주향(가운데) 영남대병원 종양전문약사가 혈액종양내과 의료진들과 함께 환자 상태를 살피고 있다.
천주향(가운데) 영남대병원 종양전문약사가 혈액종양내과 의료진들과 함께 환자 상태를 살피고 있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탈모다. 이 때문에 미리 교육을 받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항암치료 시작 후 약 2주가 지나면서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는데 한 올 한 올 빠지는 것이 아니라 우수수 떨어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두피에 손을 넣으면 머리카락들이 후두둑 빠지면서 순식간에 바닥에 꺼멓게 쌓이게 된다.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는 무렵에는 두피가 약간 아프고 가려우며, 머리를 감고난 후에도 뭔가 기름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항암치료 받는 것보다 머리카락 빠지는 것이 더 싫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갑작스런 변화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미리 약해진 두피를 자극하지 않는 순한 샴푸를 구입하고, 두건이나 외출용 모자, 필요하면 가발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항암치료로는 모낭이 완전 파괴돼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랄 머리카락이기에 어떻게 하면 이 시기를 가장 잘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자는 것이다.

머리카락 세포 역시 우리 몸에서 대표적으로 빨리 자라는 세포이다보니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모두 적군으로 인식하는 세포독성항암제의 공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모든 세포독성 항암제가 탈모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며 '완전 탈모'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세포독성 항암제는 안쓰라사이클린 계열(아드리아마이신, 이다루비신 등), 탁산 계열(파클리탁셀, 도세탁셀),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 이포스파마이드, 빈크리스틴, 에토포사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비교적 탈모의 부작용이 적다고 알려져 있는 표적치료제도 종류에 따라 완전 탈모는 아니지만 탈모를 유발하는 약물들이 있으며, 특이하게 눈썹이 짙어지고 속눈썹이 길게 자라는 부작용을 가진 약물도 있다.

마지막 항암치료를 받은 후 약 1개월 정도가 지나면 뽀송뽀송한 솜털 같은 머리카락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자라나는 머리카락은 처음에는 예전보다 가늘고 색깔도 약간 옅어 보인다. 머릿결도 다소 달라지는데 예전에 직모였다면 살짝 곱슬머리 느낌이 나는 정도이다.

필자가 항암치료를 받았던 경험을 환자에게 먼저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항암치료를 받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 절망에 빠져 있거나 탈모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던 경우에는 이야기했던 것 같다.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받고 완치돼 다시 일을 하는 모습과 풍성하게 자라 빠졌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필자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항암치료를 받은 후 한 가지 좋아진 점은 살짝 곱슬머리로 변하면서 예전보다 펌이 오래 유지돼 미용실 가는 횟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다 빠졌던 머리카락이 예전처럼 자라서 다시 펌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감사한데 오래 유지까지 되니 힘들었던 투병에 대한 자그마한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이다.

영남대병원 종양전문 약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