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중국을 선택할 수 있다’로 들린 주미 대사의 경솔한 발언

외교관의 말은 신중해야 한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세심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최후의 외교적 결정 전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우리 같은 중간 국력의 국가는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야 외교적 이익의 극대화를 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이수혁 주미 대사가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고 한 것은 매우 경솔했다.

누구에게든 한국이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을 선택할 수 있다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사의 발언에 미 국무부가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논평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물론 우리는 주권 국가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 자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그 기준은 국익이다. 그리고 국익에는 경제적 이익만 있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 인권 등 우리가 추구하는 정신적·철학적 가치도 있다. 이들 모든 이익이 조화롭게 융합돼야 진정한 국익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중국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 국가다. 우리는 다원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자유주의 국가다. 다시 말해 인류 보편적 가치에서 우리가 중국 공산당 정부와 공유하는 것은 없다. 중국은 '가치 동맹'으로 맺어질 수 없는 국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통상에서는 중요한 국가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은 정치·외교적 이유로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언제든 균열이 갈 수 있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치졸하고 집요한 경제보복은 이를 실증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점에서 선택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선택해야 한다면 국익의 모든 측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그때 문재인 정부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한미동맹은 정치외교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매우 성공적인 동맹으로, 절대로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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