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민식이법과 불법주차

정성용 (대구대학교 부동산·지적학과교수)
정성용 (대구대학교 부동산·지적학과교수)

지난 3월 25일 '민식이법'이 시행된 이후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도로상 주정차 문제는 과속에 버금가는 어린이 교통사고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진정세 속에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등교 개학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시설 개선과 주정차 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35만 명 이상의 국민이 동참했다. 민식이법에서,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과속하지 않고 운전자 과실 밖의 경미한 과실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해서도 교통사고 특례법상 12대 중과실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가중처벌하는 것은 과잉처벌이라는 주장이다.

운전자 과실 이외의 교통사고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의 주정차 문제이다.

만약 어린이 보호구역 도로상에서 제한속도 이하로 운행 중에 불법주정차 차량으로 인하여 도로에 갑자기 뛰어든 어린이를 늦게 발견해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면, 불법주정차 차량에는 과태료 12만원(승용차 기준)이 부과되는 것이 처벌의 대부분이지만, 사고 운전자는 전방 주의 의무 태만 일부 과실로 민식이법에 의해 가중처벌될 수도 있다.

최근 3년간 서울시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 244건 중 28.7%인 70건이 주정차 차량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정차 문제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동시에 억울한 민식이법 피해 운전자 발생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불법주차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한 모든 사고 책임과 사회적 비용이 불법주차 차량에 부과되지 않고, 다른 운전자에게 전가되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외부불경제'라 한다.

불법주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원인자(불법주차)에게 부과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해법은 불법주차에 대한 높은 사고 책임 및 벌금 부과 그리고 강도 높은 주차 단속이다.

서울시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 초등학교·유치원 정문으로 연결되는 주 통학로에 '절대 불법주정차 금지선'인 황색 복선을 그어 모든 형태의 주정차를 금지하고, 주차 단속을 강화하는 고강도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단편적인 주차 수요 억제 정책은 오히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정차 문제를 인근 주택가 지역으로 이전시키는 풍선효과를 유발하기 쉽다.

어린이 보호구역 주정차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상주차 폐지 및 불법주차 단속 강화와 더불어 합법적으로 주차할 수 있는 대체 주차시설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유치원·초등학교는 대부분 주거밀집지역에 입지하고 있어서 공공(공영)주차장을 건설할 수 있는 부지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다.

차선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의 노상주차면 폐지 및 불법주차 단속으로 발생하는 주차 수요를 민간이 유료로 운영하는 민영주차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민영주차장 건설 여부는 민영주차장 사업 수익성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지주는 상가 건물을 건설할 때 발생하는 임대수익보다 민영주차장을 건설해 운영하는 주차장 운영수익이 높고 안정적이어야만 민영주차장을 건설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이다. 택지개발지구 내 공영주차장 부지 대부분은 건축 연면적의 20%를 근린생활시설(주로 마트)로 이용하고 나머지 80%의 주차시설은 대부분 방치 혹은 폐쇄되어 있다.

공원의 지하 공간을 활용한 공영 주차시설은 운영 적자를 이유로 폐쇄되어 있는 반면에,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 도로변에는 노상 불법주차가 성행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어린이 보호구역 노상주정차 폐지 및 불법주정차 단속 강화 대책은 주차 문제의 임시적인 관리 대책이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주정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동차 대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차시설의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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