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청도에서 발생한 이른바 '범인 없는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징역 13년을 선고받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월 21일 피고인 A씨가 지인 2명과 밤새 술을 마시다 벌어졌다. 피해자가 A씨 집에 도착한 지 12시간 뒤인 이날 오후 1시쯤 흉기에 살해된 채 발견된 것이다.
당시 검찰은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A씨와 함께 그 자리에 있던 B씨는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1심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배경을 설명한 두 사람의 진술을 신중하게 검토했다.
A씨는 "피해자와 B씨가 떠들어 '좀 자자'고 말했더니 피해자가 욕을 해 흉기를 꺼냈다. 그 후 수면제와 술을 먹고 잤고, 살해는 B씨가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다리 병신'이라고 말한 데 격분해 A씨가 흉기를 휘둘렀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 중 A씨의 사건 배경 묘사가 부자연스럽다고 봤다. 재판부는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황에 다투지 않고 바로 수면제 등을 먹고 잤다는 진술은 일반적인 경험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B씨가 사건 발생 후 ▷흉기를 들고 집 앞 감나무에 꽂아둔 점 ▷피해자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 다소 의문스런 행적에 대해서도 1, 2심은 다르게 봤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사건 당시 음주로 판단능력이 떨어졌고 ▷피해자가 피를 멈춰 괜찮을 것이라고 인식했던 점 등을 근거로 이 같은 행동을 수긍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B씨의 진술이 사건 현장과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을 두고도 고심을 거듭했다. B씨는 피고인이 흉기를 휘두른 장소를 '침대'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피해자의 혈흔은 주방 등 집안 곳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이 낸 '혈액이 응고된 혈종이 출혈 부위를 압박하는 자연지혈(SP) 현상 등으로 피해자가 제한된 신체활동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근거로 "B씨가 범행 현장을 떠난 뒤 잠깐 의식을 회복한 피해자가 활동하며 만든 혈흔"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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